유치만 하고 관리는 나몰라라…불법체류 통로된 외국인 어학당

신하영 기자I 2018.07.13 06:30:00

정부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시대” 목표 제시
연간 외국인 유학생 1.3만명 새로 유치해야 달성
유학 관련 불법체류자 90% 어학 연수생 중 발생
“중·고교부터 한국유학 가능한 교육과정 늘려야”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명 시대를 열겠다.” 정부가 2015년 7월 발표한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의 골자다.

교육부가 지난해 4월 1일 발표한 교육통계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12만3858명이다. 목표 달성까지 7만6142명 남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간 1만2690명을 새로 유치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학생 수 감소로 위기에 처한 국내 대학들이 주목하는 대안이다.

이처럼 유학생 유치가 대학의 생존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면서 가짜 유학생 증가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2021학년도 대입정원 9.7만명 남아돌아

종로학원하늘교육이 10일 ‘학교알리미 서비스’ 공시정보를 분석한 결과 현 고1 학생(45만6792명)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1학년도에는 대입정원(55만4146명)이 9만7354명이나 남아돌게 된다.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20만명’ 유치를 목표로 제시한 배경에는 이런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있다. 국내 학생 수가 감소해 늘어난 빈 교실을 유학생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유학생 확대정책을 주도하는 교육부가 딜레마를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려면 비자발급이 용이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신규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8%(732명)나 늘었다. 정부로서는 ‘유학생 확대’와 ‘불법체류자 관리’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연도별 외국인 유학생 현황(자료:2017 교육통계)
유학 관련 불법체류자 문제의 핵심은 비학위 과정인 일반연수(D-4 비자)자격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이다. 올해 5월까지 신규 불법체류자(불체자)로 전락한 외국인 유학생(2365명) 중 90%는 연수생이다. 유학 관련 불체자 중 학위과정인 유학(D-2 비자) 목적 외국인은 10%에 불과하다.

불체자로 전락하는 유학생 중 국내 교육기관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지만, 애당초 취업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도 많다. 법무부 관계자는 “연수생의 대부분은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어 공부가 목적이지만 일부는 연수를 빙자한 취업 목적”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오는 10월부터는 한국어 능력과 출석률을 심사해 어학연수생의 시간제 취업(주 20시간 안팎)을 허가할 입장이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2급 이상, 연수기관 출석률 90% 이상으로 ‘학업 목적’이 확인된 경우에만 아르바이트(시간제 취업)를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연수기관 출석률 50% 미만인 연수생은 체류기간 연장도 불허하기로 했다.

◇ 교육부 유학생 관리미흡 대학 충원금지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학들은 법무부가 ‘불법체류자 감소’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는 것에 불만이 많다. 충청권 사립대 교수는 “지방대는 유학생 충원에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도 뽑아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질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연수 목적 입국자는 대부분 대학 부설 한국어교육원이나 한국어학당에 입학한다. 아직 학위과정에 진학할 만큼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먼저 어학연수 과정을 밟는다. 유학생 유치 대상을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까지 확대하려면 연수목적의 비자 발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어는 못하지만 한국 유학을 원하는 수요가 많다”며 “일반연수 자격 입국자 중 불체자가 많이 나오지만 연수생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육부도 ‘유학생 확대’와 ‘불법체류자 관리’란 두 가지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교육부는 매년 하반기 대학·전문대학을 대상으로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유학생 불법체류율이 10% 이상인 대학은 ‘하위 대학’으로 지정, 제재를 가한다. 또 △등록금 부담률 60% 미만 △의료보험 가입률 60% 미만 △언어능력 10% 미만 등 핵심지표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는 대학도 제재 대상이다.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지난 2둴 주최한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귀국환송회에서 유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전문가 “중·고교과정부터 유학생 받아야”

교육부는 매년 하위 대학 명단을 법무부에 통보하고, 법무부는 이들 대학에 대한 비자발급을 제한한다. 하위 대학으로 지정되면 1년간 유학생 모집이 금지된다. 교육부는 이런 실태조사를 학위목적의 ‘유학’만 대상으로 해오다 2016년부터 비학위과정인 연수생까지 조사 범위를 넓혔다.

교육부는 실태조사로 하위대학을 지정하는 기준을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등록금 부담률 60% 미만’이나 ‘언어능력 10% 미만’ 등의 기준은 학업 목적을 판별하는 최소 기준이란 의미다. 실제로 유학생 부담 등록금이 총액의 60%에 못 미친다면 이는 대학이 유학생 유치를 위해 학비를 대폭 깎아준 경우가 된다. ‘언어능력 10% 미만’도 한국어 구사력을 갖춘 토픽(TOPIK) 4급 이상의 유학생이 10%에 미치지 못할 때만 불이익을 받는다.

교육계에서는 동남아 등지로 확산되는 ‘한류’를 감안, 아예 중고교 때부터 한국에서 유학하는 교육과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수 학업 목적의 유학생을 조기에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한류 덕분에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 조기에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국내에서 중고교과정을 거쳐 대학까지 진학하는 유학과정을 확대하면 이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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