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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업체 한 관계자는 12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취지는 존중하지만 추가 채용 없이 여름 성수기 공장 가동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여름철에 판매량이 급증하는 업계 특성상 작업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통상 2교대로 24시간 제품 생산에 나서지만, 이럴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 원칙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영업 사원이 많은 주류업체 역시 고민에 빠졌다. 주요 거래처인 식당·주점 등의 영업 시간이 야간인 탓에 영업 사원의 경우 야근은 비일비재하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거래처 미팅 후 저녁 식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근로시간 산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PC 오프제, 집중·유연근무제 도입 등 연장근무 최소화 ‘안간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7월 1일·종업원 300명 이상)이 불과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통업계 전반이 여전히 어수선한 모습이다. 회사 컴퓨터를 자동으로 종료하는 ‘PC 오프제’나 집중근무·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한 주요 대기업의 경우 일찌감치 근로 시간 단축에 적극 대응한 데 비해, 생산직 비중이 높은 식품 제조사 등 일부에선 명확한 ‘가이드라인’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는 매장 영업시간 단축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여파를 극복하고 있다. 대형 유통사는 매장 영업시간을 기존 대비 30분~1시간 줄여 근무시간 단축에 나서면서 정부 정책에 발빠르게 맞춰가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PC 오프제를 적극 도입해 현재 30여개 계열사에서 시행 중인데 올해 안에 전사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집중근무 시간을 정해 흡연 및 SNS활동을 금지하고 업무지시나 회의 등을 자제하는 등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 연장근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시간대에 일이 편중되는 업무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는 ‘유연근무제’를 통해 불필요한 연장 근무가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 일부 계열사의 경우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매니저 직책을 없애 결재 단계를 줄이는 등 모든 결재 프로세스를 3단계 이내로 간소화 했다. 또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재 도입을 통해 결재권자가 어느 장소에 있든 신속한 업무 진행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롯데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직원의 업무에 대한 만족도 향상 및 워라밸 달성을 위해 일하는 문화를 혁신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적극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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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대기업에 비해 빙과·주류업계 측은 애로점을 토로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원칙을 지키려면 추가 채용을 해야 하는데, 성수기 ‘한철 장사’를 위해 무작정 인력을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 여건상 한꺼번에 정규직을 대거 채용하기는 어려워 일단 성수기에 맞춰 우선 파트타임을 추가로 채용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유관 부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관리·영업·생산 각 직무별 직원들의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최근 신규 인력을 충원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고 직군별 탄력 근무 도입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업계의 경우 내년 7월까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사내 TF를 구성하고 노무법인의 컨설팅을 받는 등 여러가지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주일에 2차례 PC 오프제를 도입하고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오후엔 근무를 하지 않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주말 현장 근무가 많고 일과 생활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업무 특성상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업종에 관계없이 특정 시간대에 일이 몰리는 등 예외사항이 많은 홍보·재무팀 같은 경우 근로 시간 산출 방식을 둘러싸고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녁 약속 등 어디까지를 근무 시간으로 볼지 고민”이라며 “다른 업계도 참고하면서 벤치마킹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