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CJ헬스케어 매각작업이 ‘1조원 몸값 설’에 난항에 빠졌다. 높은 매각 추정가 때문에 인수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잠재적 후보들이 발을 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CJ헬스케어 인수전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극소수 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만 참여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수의 인수 후보가 참여해 자연스레 몸값이 오르길 바라는 CJ그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CJ헬스케어의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는 잠재적 인수 후보군에게 투자설명서를 발송했다. 매각 대상은 CJ제일제당이 보유한 CJ헬스케어의 지분 100%로 오는 18일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CJ헬스케어는 제네릭(복제약)·수액과 컨디션·헛개수 등 기능성 식품·음료를 생산·판매하는 제약 업체로 제약업계 10위권에 위치해 있다. 현금 창출이 용이해 다수의 PEF나 제약회사들이 눈독 들이면서 인수전이 흥행에 성공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국내 주요 PEF들이 CJ헬스케어 인수전 참여를 보류한 탓이다. 1조원이 넘을 것이라 추정되는 매각가가 부담된다는 것이 PEF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한국 내 대형 PEF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SI)를 구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지 않는 한 단독으로 들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CJ헬스케어 인수전 참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PEF 운용역은 “우리나라에서는 MBK파트너스를 제외하면 참여할 만한 PEF를 찾기 어렵다”라며 “결국 CJ헬스케어 인수전은 칼라일, CVC, 베인캐피털 등 외국계 PEF들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J헬스케어의 지난해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에비타)은 약 870억원 수준이다. 보통 제조업 기업의 기업가치가 에비타의 7~8배 수준이지만 제약회사는 10배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CJ헬스케어는 신약 개발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제네릭과 기능성 식품 판매가 주요 매출원인만큼 일반 제약회사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 대형 PEF 심사역은 “에비타의 10배에 프리미엄을 얹어주더라도 1조원 정도가 최대치 아니냐”며 “1조원이란 매각 추정가도 부담스러운데 2조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출혈 경쟁을 하며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PEF가 인수를 위해 끌어들일 SI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당초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국내 대형 제약업체들의 한해 매출액이 1조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수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SI로 인수전 참여에 강한 의지를 비친 곳은 한국콜마 정도다.
이 때문에 매각 흥행을 원하는 CJ제일제당 측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CJ헬스케어 매각 추정가를 1조원 이상으로 전망해 CJ제일제당 측에서 그렇게 높지 않다 해명하는 등 고충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CJ헬스케어 매각이 불발로 끝나는 일은 없겠지만 인수전 흥행이 저조해지면 외려 전망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CJ제일제당측은 이에 대해 “CJ헬스케어 인수에 관심이 높고 자금조달이 가능한 소수 대형 PE 중심으로 투자설명서를 보내 입찰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CJ헬스케어는 최근 태고프라잔 개발에도 성공해 신약개발 잠재력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