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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그동안 못 봐왔던 소재더라. 텍스트 좋아 선택했죠.”(이순재), “형님 하는 거 보고, 그대로 뒤따라서 하려고요. 하하.”(신구)
‘꽃할배’ 이순재(82)와 신구(81)가 다시 뭉친다. TV브라운관이 아닌 무대 위에서다. 두 사람은 다음달 15일 국내 초연하는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에서 78세 고집불통인 전직 회계사 ‘앙리’ 역을 번갈아 맡는다.
최근 공연장에서 기자와 만난 이순재와 신구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소재인 것 같더라. 극과 극인 세대의 가치 문제, 젊은 층의 실업 문제도 다룬다.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라며 입을 모았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는 78세 할아버지와 27세 대학생의 동거 생활을 그린 코미디극이다. 30년 전 아내를 잃고 프랑스 파리에서 혼자 사는 앙리는 까칠한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과 늘 트러블이 있지만, 자신의 집에 룸메이트로 들어온 ‘콘스탄스’의 꿈을 응원하며 진솔한 멘토링을 아끼지 않는다. 2012년 프랑스에서 ‘앙리할아버지와 대학생’이란 제목으로 초연한 뒤 2015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콘스탄틴’ 역에는 배우 박소담과 김슬기가 연기한다.
이순재는 “원래 올 하반기에 연극을 안하려고 했는데 제작자가 조재현이라더라. (웃음) 드라마 일정까지 겹쳐 벅차긴 한데, 신구와 번갈아 하니까 시간을 잘 활용하면 무난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작품이 좋아 덤볐는데 과욕일지도 모르겠다”고 껄껄 웃었다.
제작자로 나선 배우 조재현 수현재컴퍼니 대표는 “대본을 입수해 번역한 다음 읽어봤는데 앙리는 이순재, 신구 선생님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국내에도 다양한 연극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작한 작품”이라고 했다. 이어 “앙리 캐스팅 확정 뒤 콘스탄틴 역을 찾았고, 나머지 젊은 배우들도 두 노배우의 출연에 더욱 이 작품에 믿음을 가진 것 같더라”고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연극은 프랑스가 배경이지만 세대·가족간 갈등, 청년 실업, 청년 세대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다뤄 우리 사회의 문제들과도 겹친다. “잔잔하고 해학적인 부분이 많아요. 영감이 여성 기피증이 있고. 젊은 아가씨와 동거하면서 이해하고 해피엔딩이 되는 이야기에요. 역할은 만들기 나름이기 때문에 재밌게 만드려고 합니다.”(이순재)
신구는 “세대 차이는 물리적인 숫자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일대일의 인간으로 대하면 해석이 쉬운 것 같더라. 잘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접근하려고 노력하면 소통하기 쉽지 않나. 개인적으로 나와 반쯤은 비슷한 점이 엿보이는 캐릭터다. 반을 마저 찾아서 잘 표현하려고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소담과 김슬기는 대선배들과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다. 김슬기는 “이순재·신구 선생님과 하면 작품 매력이 100% 발산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김슬기 내 인생에 함께 해보는 영광을 누리고 싶었다”며 “연기뿐 아니라 열정, 삶에 대한 자세까지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했다.
박소담 역시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고민도 많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앙리의 아들 ‘폴’ 역에 이도엽과 조달환이, 폴의 아내 ‘발레리’ 역에 김은희와 강지원이 출연한다. 연출은 이해제다. 공연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에서 2018년 2월1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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