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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첫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9년여 만의 정권교체로 여야 공수가 뒤바뀐 상황에서 이뤄 진만큼 새로운 모습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은 국감 종료를 사흘 앞두고 보이콧을 선언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홍금애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매년 국감이 나아지고 있다며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그래도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있지 않느냐”고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있기까지 15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중복질의가 없어졌고 또 피감기관장의 답변이 부족할 경우 보충해서 질의할 수 있게 됐다”면서 “거짓답변, 꼼수답변을 걸러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도입된 증인채택 실명제 또한 높게 평가했다. 홍 위원장은 “증인채택 실명제 뿐만 아니라 신청 사유까지 적어서 상임위에서 공개하고 토론하는 부분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래도 실명제만으로 증인 채택으로 국감 중간에 시끄러웠던 게 없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매년 같은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는 ‘붕어빵 국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시정조치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정조치를 요구한 의원들의 이름을 명시해 피감기관들이 지적받은 사안이 제대로 고쳐졌는지 해당 의원이 직접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각 상임위에서는 별도 부서를 만들고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국감 내용을 토대로 시정요구사항을 담은 국정감사결과보고서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이후 결과보고서는 정부 또는 해당기관에 이송되고 기관은 시정조치 결과를 보고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일회성에 그친다. 이번 국감에서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짜 증거를 근거로 재판선고가 내려졌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됐다.
홍 위원장은 “매년 같은 지적에 피감기관장들은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한다”면서 “국감을 해도 달라진 게 없으면 뭣하러 국감을 하겠나.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현장시찰이 많고 짧은 국감 일정으로 질의응답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홍 위원장은 “30일 국감할 수 있는데 20일로 줄이고 현장시찰로 빠지면서 정작 국감은 11~12일을 한다”며 “어떤 상임위는 하루에 30개 이상 기관을 몰아서 국감을 진행하면서 피감기관 중 답변을 하나도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 기관당 평균 70번 이상 답변을 한다고 하는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우 중간점검 결과 200여개 피감기관 중 한번도 답변을 안한 기관이 41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국감의 경우 약 10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였던 만큼 여야 모두 미숙한 부분이 엿보였다. 홍 위원장은 “기관이 잘못하는 이유가 구조적인 문제점일 수도 있다. 여당은 이에 대해 대안제시를 해야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했다”며 “또 다당제 영향도 있겠지만 야당은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감 막판 한국당의 보이콧 결정에 대해서도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그나마 길게 가지 않고 복귀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당이 복귀하고 나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나 교문위는 새벽 1시 넘어서까지 진행됐다. 외교통일위원회도 오후 12시 넘어서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부부가 살면서 한 명이 집을 나가면 그 사람도 잘못이지만 원인 제공을 한 사람도 잘못이다. 둘이 노력해야 한다. 국회라는 것도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것 아니겠나”며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국가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당이 야당된지 얼마 안돼서 우왕좌왕하고 있지만 따뜻한 격려와 매서운 질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야당이 싹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