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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국 교민이 가장 많이 사는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은 한국인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가을 학기가 시작하기 전인 6~9월은 보통 부동산 임대 수요가 급증하는 성수기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국 손님이 뜸하다고 말했다.
◇간판 바꾸고 폐점하고… 쪼그라드는 한인 타운
24일로 수교 25주년을 맞는 한국과 중국이지만 두 나라의 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이라 할 정도로 냉각됐다.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는 지난 20주년 행사와 달리 양국이 별도로 준비한다. 5년 전만 해도 한중 수교 행사에는 당시 부주석이던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양제츠 외교부장,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대거로 참석했지만 25주년 행사는 행사를 이틀 앞둔 22일까지 참석자를 확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 정부는 한국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이미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한인 타운 ‘왕징’은 노골적인 불매운동 속에 급격히 위축된 지 오래다. 통계로 나오진 않았지만 한국 음식점 주인들은 사드 사태 이후 매출이 30~40%는 쪼그라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음식점들로 이뤄진 상가 ‘한국성’(韓國城)은 결국 사드 사태 이후 간판을 아예 ‘미식가(美食街)’로 바꾸기 이르렀다.
매출이 급감하며 왕징을 등지는 교민들도 늘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베이징 중심가의 부동산 시세도 이들을 내모는 데 한 몫했다. 중국부동산협회에 따르면 베이징 집값은 최근 2년 사이 평균 63.2% 급등했다. 매출이 꺾이는데 집값이나 임대료의 부담은 더욱 커지니 왕징을 벗어나 외곽지역으로, 또는 다시 ‘차이나 드림’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도 늘고 있다.
미식가 건물에서 주재원이나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네일 아트와 속눈썹 연장 등을 하는 조선족 조모 씨는 “올봄부터 한국 손님들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요즘은 대다수의 고객들이 중국인”이라며 “예전엔 한국 고객이 대다수라 네이버 메신저 라인 등으로 홍보를 했는데 요즘은 중국인들을 위해 웨이보(Weibo·중국 SNS)에 더 많이 사진을 올린다”고 말했다.
◇사드 탓만은 아냐… ‘中 변화에 안일했다’ 반성도
사드가 개인사업자나 교민 사회만 휩쓸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다해도 어려움은 겪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했고 기아차의 중국판매량 역시 54% 쪼그라들었다.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운영했던 99개 매장 가운데 74개 매장이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매장도 매출 감소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한중 관계의 냉각은 사드 만의 이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 한중 관계의 황금기는 2013~14년을 기점으로 끝났지만 우리가 이를 뒤늦게 깨달았다는 지적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2001년 12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한 차례를 빼곤 2013년(1459억달러)까지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3년 이후 대중 수출은 하락하기 시작해 2016년 1244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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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 사드 갈등을 완화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윤희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차장은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는 만큼 우리 기업과 중국 기업은 경쟁 속에서 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부족한 부분, 허술한 부분을 찾아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