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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이데일리가 10대그룹 38개 주요 계열사의 하반기 경영환경을 중간점검한 결과 응답 기업 중 76.3%(29곳)가 연초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와 비교해 반년이 지난 현재 경영환경이 비슷하거나 악화됐다고 답했다. 경영환경이 비슷하다는 답변이 44.7%(17곳)으로 가장 많았지만, 소폭 악화(11곳·28.9%)·대폭 악화(1곳·2.6%) 등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30%를 넘었다. 반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9곳(23.6%)에 그쳤다. 특히 유통·자동차·무역업체 등에서 경영환경 악화를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설문에 참여한 대형 무역업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각종 제재 증가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런 경영환경 악화에도 연초에 세웠던 고용·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다.
설문 기업은 고용에 대해 기존 계획대로 모두 이행하겠다고 응답한 곳이 37곳(97.4%)에 달했다. 나머지 1곳은 연초부터 업황이 나빠 계획 자체를 수립하지 못한 기업이어서 사실상 모든 업체가 고용 약속을 지키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전체 설문 대상 기업 중 89.5%(34개 업체)가 예정대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4곳 가운데 3곳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피해가 큰 업종이었고, 1곳은 연초에 투자 계획이 없었던 기업이었다. 결국 기업들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고용과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전자업계 한 기업은 이번 설문에서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도 4차 산업 혁명을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해 고용과 투자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복잡한 내부 환경에도 약속 이행 의지
대기업들의 흔들림없는 고용·투자 의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인 일자리 창출 등에 화답하려는 노력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과 기업들의 애로사항에 대한 답변도 이어졌다.
설문 기업들이 가장 많이 꼽은 투자 걸림돌은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인한 총수 부재 등 내부 경영환경 악화(26.3%·10곳)였고 금융 및 자금조달 문제(18.4%·7곳), 환경 규제(15.8%·6곳), 지자체 인·허가 문제(13.2%·5곳) 등의 순이었다.
재계 1위인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 기소돼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1심 재판부는 구속 시한이 만료되는 오는 8월 말 이전에 판결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결과에 따라 총수 부재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는 등 관련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롯데그룹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얼마 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신동빈 회장도 박 전 대통령 재판과 경영 비리 재판 등으로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기업들은 어려운 내부 경영환경으로 과감한 신규 투자가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고용·투자 확대 정책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10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투자 및 고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법인세 인상이나 가격 통제 등 반기업적 정책을 펴지 않았으면 한다”며 “정부 차원의 금융·정책 지원 확대도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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