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28)씨는 집앞 공원에서 노트북으로 공공와이파이에 접속해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 포기하고 결국 스마트폰 테더링을 이용했다. 그는 “아무리 공짜라지만 짧은 동영상 한편 보기도 힘든 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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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디지털 공공재’ 확산을 위해 지난 2012년 도서관과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공공 와이파이 설치를 크게 늘리고 있지만 느린 다운로드 속도와 접속불안 탓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공공 와이파이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양적 확대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적정한 속도와 안정적인 연결 등 품질개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와이파이 1만1280곳 설치 ·속도는 굼벵이
2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공공 와이파이 설치지역은 2012년 2000건, 2013년 4114곳, 2014년 7545곳, 2015년 1만 1280곳을 기록하는 등 매년 증가추세다. 정부는 내년까지 공공 와이파이 설치지역을 1만 200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같은 양적 확대에 비해 이용자 만족도를 좌우하는 다운로드 속도는 분통 터지는 수준이다.
미래부의 ‘2015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와이파이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1.87Mbps이다.
반면 공공와이파이는 다운로드 속도가 이통사가 제공하는 와이파이의 10분의 1은 커녕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주요지역의 공공 와이파이 다운로드 속도를 벤치비 등 측정 애플리케이션으로 측정한 결과 △영등포구 도림동주민센터 7.6Mbps △양천구 오목교 인근 2.67Mbps △용산구 효창공원 8.93Mbps △종로구 광화문광장 2.9Mbps △서대문구 연희동 사러가쇼핑센터 0.49Mbps 등에 불과했다.
KTX내 공공와이파이 또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KTX의 와이파이 공식속도는 20Mbps이지만 시속 약 300㎞로 달리는 열차가 1km마다 한 대씩 설치된 중계기 신호를 잡아야 해 실제 속도는 한참 떨어진다. 특히 터널 통과 때는 연결이 끊기고 20분마다 접속을 갱신해야 한다는 점은 이용자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정부 “단기간 해결 어려워”…전문가, “망간섭 줄이면 도움”
공공와이파이 이용속도가 민간에 비해 크게 떨어진 이유는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공공 와이파이 접속자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정부 또한 느린 속도와 잦은 끊김 등 문제점은 이미 알고 있지만 단기간 내 해결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공공 와이파이 인프라의 상당 부분이 이통사에서 넘겨받은 통신망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속도는 거의 같다”며 “다만 이통사 와이파이는 각사 가입회원만 접속할 수 있지만 공공 와이파이는 제한없이 한꺼번에 많은 사용자가 접속해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 와이파이 접속건수는 2013년 총 906만건(1곳당 2202건), 2014년 총 2415만건(1곳당 3200건), 2015년 5840만건(1곳당 5177건)으로 증가했다.
공유기(AP) 업그레이드 등 인프라 개선을 통해 속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설치된 와이파이 중계기를 정리하기만 해도 이용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강남역 부근은 수많은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지만 여러 전파들이 서로 간섭하는 탓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와이파이가 지역별로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탓에 무분별하게 설치돼 망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사업주체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성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와이파이는 불특정 다수에 허가하는 비면허 대역을 쓰기 때문에 접속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 와이파이 사업자간 교통정리를 통해 ‘망간섭’을 줄이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망간섭이란?
와이파이의 송출지역이 가까울 경우 주파수 간섭으로 무선 네트워크들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모두 저하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시내 번화가 등 와이파이 접속장치가 다수 설치된 지역에서 이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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