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적발된 수법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교묘했다. 어느 제약회사는 처음 거래하는 의료기관에 ‘랜딩비’라는 명목으로 처방 금액의 최대 750%까지 현금으로 되돌려줬다. 속칭 ‘상품권 깡’을 하거나 먹지도 않은 음식값을 카드로 결제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등의 수법으로 뒷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유령회사와 다름없는 설문조사 대행업체나 도매상을 거쳐 의사들에게 현금과 법인카드를 제공하기도 했다.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건네는 리베이트가 결국 환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게 문제다. 뿐만 아니라 약값 및 건강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뿌리 뽑아야 할 파렴치 범죄다. 하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곤 한다. ‘쌍벌제’와 ‘투아웃제’로도 근절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말뿐인 자정노력에도 기대할 게 없다.
의약업계가 비리 관행을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다면 법규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원천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의 명단을 전면 공개하고 정도에 따라 면허정지 등 발붙일 공간이 없도록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소속 병·의원에 불이익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약사의 경우 애꿎은 ‘노예 직원’만 처벌할 게 아니라 최고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