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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원개발 10년 계획' 1년여만에 뒤집는 산업부

최훈길 기자I 2016.06.02 06:00:00

산업부, ''해외자원개발 10년 기본계획안'' 백지화 검토
1년여전에 "공기업 역량 강화"..지금은 "통폐합" 엇박자
감사원 등 외풍 휘둘려 정책 일관성 ''흔들'', 졸속개편 우려
전문가들 "정권 바뀌어도 유지되는 정책 추진시스템 갖춰야&quo...

포스코대우가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운영 중인 미얀마 가스전 해상플랫폼.(사진=최훈길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불과 1년여 전에 만든 해외자원개발 장기계획안을 사실상 백지화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두고 ‘졸속개편’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현재 2014년 9월에 마련한 ‘5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안’(2013~2022) 내용과 상반되는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에너지 수요·공급의 수급 문제보다는 가격이 중요한데 그동안 공기업은 사업성을 안 봤다”며 “6월에 발표하는 개편안은 재작년 기본계획안 내용에서 변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검토 중인 개편안은 사업성 없이 추진했던 공기업 중심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대폭 개편하는 게 골자다. 연구용역 제시안을 반영해 공기업 통폐합까지 포함해 민간에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이관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용역 제시안은 △석유·광물공사 자원개발 기능의 민간 이관 △석유·광물공사 자원개발 전문 자회사 설립 △석유공사 자원개발 기능의 가스공사 이관이나 양 기관 통합 등이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용역 제시안 중 한 가지 방안만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조합할지 기재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수렴을 더 하겠다”고 말했다.

◇1년여전에 “공기업 역량 강화”..지금은 “통폐합”

이대로 진행될 경우 1년여 전에 마련된 기본계획안을 뒤집는 개편안이 불가피하다. 연구용역 제시안과 기본계획안 내용이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안은 “대형 국책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 “탐사·개발 중심의 자원개발 (공기업)역량 강화” 등 통폐합안을 다룬 현재 용역안과 정책 기조부터 다르다. 또 실패 위험이 높은 탐사 사업은 공기업 주도로 추진하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개발·생산 사업은 민간기업 참여를 활성화 하는 쪽으로 역할을 나눴다.

특히 산업부는 기본계획안에서 성공불융자를 2014년 2006억원, 2015·2016년 각 1500억원으로 꾸준히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성공불융자는 탐사사업이 성공하면 원금에 특별부담금을 더해 상환하고 실패하면 융자액을 전액 또는 일부 감면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0원으로 편성됐다. 지난달 발표된 용역안은 “성공불융자를 다른 재정지원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중단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본계획안에 담긴 △산학 공동연구 및 대학 인재 양성 △현장 중심 R&D 2~5배 확대 △3년 내외 상용 가능한 기술개발 지원 등 구체적인 계획도 이번 용역안에는 쏙 빠졌다. 산업부는 지속가능한 자원개발 체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해 놓고 국내 인력·기술 양성을 위한 장기적인 구체안은 전무한 셈이다.

◇“정권 바뀌면 또 1년여 만에 정책 기조 바꿀텐가”

그러나 산업부는 “계획안과 용역안의 차이에 대해 확인해보겠다”며 불과 1년여 만에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이유를 속 시원히 답변 못하고 있다. 외부에선 산업부가 외부 ‘입김’에 휘둘린 결과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정회윤 석유공사 노조 사무처장은 “산업부가 1년 반 동안 논의해서 기본계획안을 만들어 놓고도 자원개발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가 이어지자 부담을 느껴 정책이 뒷걸음질 쳤다”고 풀이했다.

업계에서는 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설익은 졸속 개편안이 나올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특성상 장기적인 정책 로드맵이 필수적인데 불과 6개월 검토만 거친 단기적인 처방만 나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18년에 정권이 바뀌면 또 1년여 만에 정책을 바꿀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있는 해외자원개발 정책 추진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10년 이상 꾸준히 해원자원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주춧돌(인력·체계)을 만들지 않고 그 위에 여러 기둥(개편안)만 세우려고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10년 이상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 추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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