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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날씨였던 지난 14일,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도시 A30블록에 들어선 ‘미사강변 푸르지오1차’ 아파트(전용면적 74~84㎡ 1188가구)를 찾았다. 단지 안은 각 동(棟) 앞에 주차된 여러 대의 대형 화물차들이 쉴 새 없이 이삿짐을 내리느라 부산한 모습이었다. 단지 내 상가에 자리한 부동산중개업소는 매매할 집을 보러온 손님들로 붐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입주 후 분양권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찾아왔지만 1억원 넘게 붙은 프리미엄에 매물마저 씨가 말라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남시 망월동 P공인 관계자는 “미사강변 푸르지오1차는 1000가구 넘는 대단지인데도 최근 한 두 달 새 매물이 다 빠졌다”며 “틈새 면적인 전용 74㎡형도 프리미엄이 1억 1000만원이나 붙었고 물량도 단지 전체에 딱 2채 남았다”고 말했다.
◇가격·거래량 뛰니 호가 올리는 집주인들
주택 매매시장의 양대 지표인 집값과 거래량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원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월세화 등으로 전세난이 장기화되면서 내 집 마련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주택시장이 역대 최대 거래량을 기록하며 대출 압박을 받던 ‘하우스푸어’들이 대거 집을 넘긴 탓에 매물은 줄어든 상태다. KB국민은행이 매주 조사하는 ‘매수 우위 지수’의 경우 지난해 말 53.0에서 지난 9일 기준 73.4로 2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주택시장에서 집을 팔려는 매도자보다 사려는 매수자가 더 많이 늘었다는 의미다.
특히 젊은층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서울 도심 역세권에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경우 아파트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연초 실거래가보다 수천만원씩 뛰었고 물건도 찾기 어렵다. 성수동 대림로즈빌 전용 59.88㎡형은 지난해 12월 4억 6200만원(5층)에 팔렸지만 현재 호가는 4억 7000만~4억 8000만원으로 뛰었다. 단지 전체에서 입주 가능한 물건도 1~2채에 불과하다. 성수동 D공인 관계자는 “집을 사려는 손님은 계속 찾아오는데 내놓은 물건은 적다 보니 집주인들이 호가를 더 올리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분양시장은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됐던 수도권에서도 1순위 청약 마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렸던 경기 고양에서는 지난달 분양한 ‘킨텍스 원시티’가 3.3㎡당 15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1순위 평균 5.23대 1의 경쟁률로 모든 가구 청약 신청을 마쳤다. 또 태영건설이 이달 경기도 광명역세권에 선보인 ‘광명역 태영 데시앙’아파트는 11일 1순위 청약에서 4만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리며 전 가구 마감됐다. 미분양도 꾸준히 줄고 있다. 서울·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말 3만 637가구까지 늘었지만 올 들어 3개월 연속 감소해 3월 말 현재 2만 3300가구로 줄었다.
아파트 경매시장은 저렴한 물건을 찾는 수요가 다시 몰리고 있다. 지난 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한번 유찰 뒤 경매된 강북구 수유동 ‘수유벽산’ 전용 63.78㎡짜리 아파트(9층)는 무려 68명이 응찰, 감정가(2억 4100만원)보다 10% 이상 비싼 2억 6888만원에 팔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올해 공급 예정 물량이 많지 않고 저금리로 인한 투자 수요도 늘고 있다”며 “연초에는 집값 하락을 예상했지만 조정기를 거쳤고 하반기 이후엔 시장이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