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공공임대의 재발견]달라진 주거 트렌드 '나는 임대주택에 산다'

박태진 기자I 2016.02.16 06:00:00

공공임대 월 43만원, 민간은 130만원
20~60대까지 '임대주택에 살자'
청약 준비생 인터넷 까페, 설명회 봇물
임대 주자창에 5000cc급 벤츠
타인 명의로 불법입주 10년간 116건
과태로 확재, 부적걱 입주자 걸러내야

[이데일리 정수영 박태진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부근에 있는 5층 짜리 빌딩 내 사무실. 66㎡(옛 22평) 남짓한 규모에 강의실로 보이는 사무실 안이 40여 명의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잠시 후 강사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 강의 테이블 앞에 서자, 그곳에 모인 성인 남녀 모두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의 눈과 입에 집중했다. 이들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희망보금자리’ 회원들이다.

카페지기인 이상용 내집마련연구소 소장은 “2008년 청약 절차가 까다로운 보금자리주택이 생기면서 공부하려는 회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며 “매주 모여 공부를 하는데, 장기전세나 10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심화되자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분양 전환되는 임대주택은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민간 주택보다 임대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분양 전환시 분양가가 최소한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하게 책정돼 향후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주거비 줄이자” 공공임대 관심 ↑

지난해 초 회사원 박모(40)씨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세곡지구에 들어선 전용면적 74㎡짜리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사했다. 10년 넘게 청약통장에 적금을 납입한 그가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임대주택 입주 청약에 당첨된 것이다. 박씨 가족은 그 전까지 경기도 분당신도시에 있는 전용 59㎡형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3억원)로 살았다. 박씨가 살고 있는 세곡지구 임대아파트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 5100만원에 월 43만원이다. 월세 부담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 후 갚은 전세대출금 1억 5000만원의 월 이자 50만원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같은 동네인 세곡동 민간 단지인 ‘세곡 푸르지오’ 아파트 월세와 비교하면 임대료는 훨씬 낮다. 세곡 푸르지오 전용 74㎡짜리 임대료는 현재 보증금 1억원에 월 150만원이다. 전·월세 전환율 5%로 계산해 보증금을 1억 5000만원으로 올려도 월 130만원을 내야 한다. 세곡지구 10년 공공임대주택의 월세에 비해 세 배 높은 수준이다. 박씨는 “계속 전세로 살았다면 오른 전셋값을 또 걱정하고 있을 텐데,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며 “새 집인데다 평수도 더 커 가족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 절감 효과가 크자 박씨처럼 10년 넘게 청약을 준비하는 자칭 ‘입시생’들도 수두룩하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위한 스터디 모임인 A카페의 경우 2010년 개설 이후 회원 수가 11만 7000여 명으로 늘었다. B카페는 회원이 12만명을 넘어섰다. A카페 회원인 김혜원(37)씨는 “장기전세를 목표로 공략하고 있는데 벌써 세 번 떨어져 올해 4수를 해야 할 판”이라며 “행복주택에 들어가려는 20대부터 영구임대주택을 노리는 60대들까지 다 함께 모여 당첨 확률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공부 중”이라고 전했다.

◇줄줄 새는 입주 자격…“선별 장치 마련해야”

공공임대주택 입주 스터디 모임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공급 물량이 적어 당첨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가 지난해부터 임대주택 공급 주체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건설사 등 민간 쪽으로 역할을 이동하면서 앞으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은 더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량이 적다 보니 불법 입주나 부적격자 당첨 횟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2014년 공공임대아파트인 판교 붓들마을 2단지 전용면적 84㎡형에 입주한 A씨의 경우 1억 3000만원을 받고 불법으로 임차권을 양도했다가 적발됐다. 같은해 판교 백현마을 9단지 전용 117㎡형에 입주한 B씨도 2억 4000만원의 웃돈을 받고 불법 전매한 사실이 드러나 국세청으로부터 9900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 7건에 불과하던 10년 공공임대아파트 불법 입주 적발 사례가 2014년 116건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임대기간의 절반인 5년만 지나면 분양 전환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한 2011년 이후 불법 임대가 급증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부적격자가 공공임대주택에 당첨되는 사례도 여전하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영구임대아파트 주차장에는 배기량 5000cc급 대형 세단 벤츠 차량이 버젓이 주차돼 있다. 강남구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한 입주민은 시세 6000만원에 이르는 럭셔리 SUV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H에 따르면 영구임대아파트 거주자들이 등록한 외제차는 지난해 10월 현재 127대에 이른다. 서울이 63대로 가장 많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보증금 200만원에 월 5만원짜리 월세를 내는 저소득자들이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는 게 말이 되냐”며 “공공임대아파트 입주 자격을 얻기 위해 재산을 숨기고, 위장 이혼까지 일삼는 불법 거주자를 가려낼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공급 확대뿐 아니라 고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과 타인 명의로 해놓고 들어가 사는 입주자 등 부적격자들을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며 “과태료를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공공임대의 재발견]공공임대 내게 맞는 유형은?
☞ [공공임대의 재발견]임대주택 1가구에 9600만원 적자 'LH·SH공사의 딜레마'
☞ [공공임대의 재발견]제대로 된 공공임대 '상계보금자리'를 가다
☞ [공공임대의 재발견]돈 없어 산다? 돈 아끼려 산다!..공공임대 인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