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렛미인'…원작 그대로 베일 벗어
세계적 연출가 존 티파니 직접 연출
소녀 뱀파이어 사랑 담은 영화 원작
21일부터 예술의전당서 한달간 공연
| 연극 ‘렛미인’의 연습 장면. 오스카 역의 오승훈(오른쪽)이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역을 맡은 박소담과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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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바닥에는 하얀 눈이 깔렸고 눈발 날리는 고요한 자작나무숲, 그리고 빨간 피를 상상하라.” 연출 존 티파니(45)의 어조에선 자신감이 넘쳤다. 연극 ‘렛미인’ 전막 중 1막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서다. 티파니는 “침대가 불타는 장면 등 영화에서만 가능한 것은 빼고 최대한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관객은 극도의 공포감과 소름이 끼치는 아슬아슬한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 존 티파니 연출(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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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소녀와의 슬픈 사랑이야기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스웨덴 영화 ‘렛미인’이 무대 위로 옮아온다. 21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렛미인’이다.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소설이 원작. 2008년에 스웨덴, 2010년에 미국서 먼저 영화화했다. 연극으로는 뮤지컬 ‘원스’로 토니상과 올리비에상 최우수 연출상을 받은 티파니가 연출을 맡아 2013년 스코틀랜드국립극단에서 처음 선보인 뒤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잇달아 공연했다.
해외서 대본만을 사오는 기존의 제작방식과 달리 티파니를 비롯한 오리지널 연출팀이 이번 작업에 참여했다. 이른바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배우를 제외한 원작 프로덕션을 그대로 가져오는 공연형태다. ‘렛미인’을 예술의전당과 공동제작한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많이 고민했고 원작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국내 연극계 제작시스템으로는 무리였고, 결코 쉽지 않았지만 연극쟁이로서 필요성을 느꼈다”며 “이 같은 다양한 시도가 국내 연극계에 열정과 자성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한국연극의 대중화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티파니와의 작업은 즐겁다. 천재연출가라고 생각한다”면서 “티파니와의 몇몇 작업을 더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소년 오스카와 그와 친구가 되는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일라이를 바라보는 하칸의 사랑은 쓸쓸하고 잔혹하다. 티파니는 “2시간 동안 7명이 죽는다. 뱀파이어 소재의 특성상 피를 많이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배우들의 움직임은 춤에 가깝다. 세계적인 안무가 스티브 호겟이 안무를 맡았다. 2m가 넘는 구조물 위에서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그대로 낙하하는 모습은 소녀 흡혈귀를 연상케 한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 박소담은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일라이 역을 맡았다. 연극 첫 데뷔작을 앞두고 박소담은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좋은 작품이 초연한다고 해서 도전의식을 느꼈다.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예 이은지가 일라이 역을 번갈아 맡는다. 오스카 역에는 안승균과 오승훈, 하칸 역은 중견배우 주진모가 연기한다.
| 충무로신예 박소담이 21일 개막하는 연극 ‘렛미인’으로 무대 신고식을 치른다. 흡혈귀 소녀 일라이 역을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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