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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옹기 간직하면 문화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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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I 2015.10.28 06:06:05

한향림 한향림옹기박물관장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국내 유일 도자전문 사립박물관 설립
조선후기부터 1950년대까지 제작한
옹기·도자기 1500여점 소장
"투박한 옹기 매력·가치
젊은 세대에 전하고 싶어"

한향림 한향림옹기박물관장이 경기 파주시 헤이리예술마을 내 옹기박물관 야외전시장에서 대형옹기들 사이에 파묻히듯 앉아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요즘 젊은이들은 옹기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심지어 본 적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흙으로 빚은 옹기는 신석기시대 토기들에서 보듯이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전해온 생활용품이자 가장 친근한 예술작품이었다.”

경기 파주시 헤이리예술마을은 1998년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마을을 만들겠다는 뜻을 가진 예술인 380여명이 회원으로 모여 조성한 지역이다. 헤이리예술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곳은 한향림옹기박물관(이하 옹기박물관)이다. 2004년 문을 연 옹기박물관은 본관인 옹기박물관과 분관인 현대도자미술관으로 이뤄진 국내 유일의 도자 전문 사립박물관이다. 조선후기부터 1950년대까지 제작하고 사용한 조선시대의 질그릇과 푸레독, 오지그릇 등을 대규모로 소장한 박물관으로 꼽힌다.

지난 23일 옹기박물관에서 만난 한향림(59) 옹기박물관장은 먼저 옹기를 수집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을 꺼냈다. “옹기는 선사시대 이후 인류의 일상생활 속에서 같이 숨을 쉬며 살아온 물품이다. 집집마다 장독대에 있던 항아리가 바로 옹기다. 플라스틱 용기가 나오기 전까지 옹기는 생활필수품이었고 조상의 지혜와 일상적인 미의식이 담긴 물품이었다. 이런 옹기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정감이 가고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 이런 가치를 제대로 보존하고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수집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도예과 출신의 한 관장은 대학시절 도자기를 만들면서 투박한 옹기의 매력에 빠졌다. 유약을 발라 고온에서 구운 도기와 자기처럼 화려하고 귀족적이지 않지만 어떤 물품보다 자연친화적이고 역사가 긴 옹기에 마음이 끌렸다. 프랑스 리모즈국립장식미술학교로 유학을 갔을 때 유럽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니며 숱한 도자기 명품들을 봤어도 옹기가 지닌 매력을 넘어서진 못했다. 1987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 관장은 본격적으로 옹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옹기는 도자기에 밀려 관심을 갖는 사람이 드물었다. 전국을 돌며 눈에 띄는 옹기를 모았다. 옹기 가운데 항아리는 지역마다 생김새가 달라 개성이 뚜렷했다. 일조량이 적은 북부지방의 항아리는 볕을 많이 받게 하기 위해 입구를 넓게 만들었고 반대로 일조량이 많은 남부지방의 것은 배가 부르고 입구가 좁았다. 지역성까지 뚜렷한 이 같은 개성의 옹기가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사명감을 가지고 수집에 뛰어들었다. 그러곤 옹기를 제대로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을 짓겠다고 결심했다.”

옹기를 수집하는 데는 남편 이정호 옹기박물관 이사장의 ‘외조’가 큰 힘이 됐다. 외국계 반도체 장비기업의 대표였던 이 이사장은 2000년대 초반에 현직에서 은퇴한 후 아내와 같이 ‘옹기 컬렉터’로 나섰다. 그 과정에서 아내의 뜻에 따라 헤이리예술마을에 옹기박물관 터를 잡고 사재를 털어 박물관을 지었다. 현재 한 관장이 소장한 옹기와 도자기는 약 1500점에 이른다.

한 관장은 작가로도 촉망받았다. 특히 1998년에 개인전에서 선보인 ‘산’을 소재로 한 독특한 옹기작품은 많은 호평을 받았다. 대학에서 교수 제의도 많았지만 강단에 머무르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배워온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다.

“남들은 왜 돈도 되지 않는 옹기를 모으느냐고 의아해 한다. 하지만 한국 현대도예를 자랑하기에 앞서 우리 고유의 옹기를 보존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집집 마다 할머니나 어머니가 쓰던 장독이 있을 것이다. 세월이 더 흐르면 그것들은 문화재와 예술품이 될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결국 예술을 향유하는 첫걸음이다. 옹기 수집을 통해서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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