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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 클래식 역사는 서구에 비해 짧고 클래식을 향유하는 계층의 저변도 넓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의 연주가는 1970년대부터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며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 트리오로 유명한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정명훈을 비롯해 소프라노 조수미 등이 대표적. 그 뒤를 바이올린의 사라 장(장영주)과 첼로의 장한나, 피아노의 김선욱 등 젊은 연주가가 이어가며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이들을 배출한 국제적 명성만큼 한국 클래식은 문화계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장 앞장서 이끌고 있는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5년 전 본격 시작…클래식음악인들 적극 동참
‘한국형 엘 시스테마’는 클래식 음악인이 적극나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빈민층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클래식·오케스트라 교육을 말한다. 이를 통해 청소년 범죄율이 낮아지는 등 효과를 거뒀다. 엘 시스테마를 국내 실정에 맞게 변용한 한국형 엘 시스테마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건 5년 전.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전국 지역문화재단을 통해 문화소외지역과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꿈의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듬해 5월에는 국공립 오케스트라와 한국지휘자협회, 클래식기획사 등이 참여한 ‘꿈의 오케스트라 실행네트워크’가 발족했다. 지휘자 김대진과 첼리스트 정명화·양성원·장한나·배일환·송영훈,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성주 등 국내 저명한 연주가들이 ‘꿈의 오케스트라’ 자문과 후원에 참여하기로 약속하며 탄력을 받았다.
이외에도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은 ‘우리동네 예술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형 엘 시스테마에 동참하고 있으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매해 나눔공연 등을 펼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2010년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학교나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을 단원으로 구성한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가 DMZ평화콘서트, 국회음악회 등에서 연주실력을 뽐내며 대중적인 관심을 끈 것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음악대학에 진학한 단원을 배출하는 등 한국형 엘 시스테마에 가장 근접한 모델로 평가받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합창단을 비롯해 각 대학 음대생의 재능기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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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장한나 등 재능기부 프로그램 운영
지휘자 금난새도 2011년 한국마사회가 후원하는 농어촌청소년오케스트라를 통해 전국 25개 농어촌지역을 돌며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도하고 지휘자 양성을 위해 헌신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앞장서고 있다. 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파아니스트 서혜경 등도 기꺼이 재능을 기부하는 연주가들이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는 아니지만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또한 클래식계에서 재능기부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여름 성남아트센터에서 3주간 진행한 ‘앱솔루트 클래식’은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젊은 클래식 연주가들에게 장한나와 함께 매일 8시간 이상씩 레슨을 받고 연습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진행한 3주 후 무료 클래식 공연으로 자신들의 향상된 기량을 알렸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클래식 음악을 배우려면 악기를 구매하거나 대여하고 레슨을 받는 등 비용이 다른 예술 분야보다 많이 드는 편”이라며 “클래식 연주가나 클래식을 전공한 교사, 오케스트라 단원을 중심으로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기부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면 ‘한국형 엘 시스테마’는 시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클래식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음악 영재들에게 무료로 레슨을 해주는 음악인도 많고 지원을 약속하는 기업도 있다”며 “기업·기관 등과 협력해 문화 소외지역 등을 찾아가 클래식 공연을 펼치는 단체도 늘어나고 있어 문화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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