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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른 강남 재건축..입주 가뭄에 분양권 웃돈 '천정부지'

김성훈 기자I 2015.08.21 05:30:00

입주 앞둔 아파트 분양권 웃돈 '평균 2~3억'
올해 강남3구에 6361가구 입주..2년 전보다 41%줄어
강남지역 일반 분양도 전체물량 1.9%에 그쳐
평균 분양가 3.3㎡당 4000만원대 돌파 '관심'
투자수요 과열에 실수요자 강남입성 '바늘구멍'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입주를 앞둔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곳이 적지 않다. 2013년 11월 개관한 ‘아크로리버파크 1차’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림산업]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2013년 11월 자영업자 김모(여·47)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1차 아파트 분양 계약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평균 19대 1이라는 높은 청약률을 뚫고 당첨됐지만, 3.3㎡당 평균 3800만원이라는 높은 분양가 때문에 앞으로 시세가 오르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하지만 김씨는 결국 아파트를 계약했고, 약 2년이 지난 요즘 그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분양권에 웃돈(프리미엄)이 거침없이 붙고 있어서다.

반포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20일 현재 아크로 리버파크 1차 전용면적 59㎡형 아파트 분양권(새로 짓는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 시세는 12억원으로 분양가(16~20층 기준 10억원)보다 웃돈이 2억원 가까이 붙었다. 입주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최근 석달 새 가격이 4000만~5000만원 더 상승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인근 ‘래미안 잠원’ 전용 84.49㎡형도 시세가 13억 8000만원 선으로 일반분양가(10~19층 기준 10억 4100만원) 대비 3억 4000만원 정도 올랐다.

유재환 잠원한신공인 대표는 “분양권 매입 문의가 꾸준하지만 가격 추가 상승 기대감에 계약자(집주인)들이 매물을 전부 거둬들였다”며 “아크로 리버파크 1차와 래미안 잠원 분양권의 경우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와 즉시 전매 혜택까지 있어 매도자들이 매도 시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물산·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9월 분양을 앞둔 ‘송파 헬리오시티’ 조감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시장이 들끓고 있다. 입주를 앞둔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 분양권에 상당한 웃돈이 붙으면서 강남 일대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 ‘서초삼호 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 푸르지오 써밋’ 전용 59㎡ 분양권(10층)은 지난 6월 8억 66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8억 1000만원)보다 5600만원 오른 것이다. 서초동 우성 3차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 전용 83㎡ 분양권도 분양가(10억 6700만원) 대비 1억 1300만원 올라 최고 11억 8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의 잇단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과 기준금리 인하로 강남 입성을 노리는 수요는 늘고 있는데 입주 예정 아파트뿐 아니라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까지 크게 줄어든 게 분양권 시장 활황세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입주하는 새 아파트는 총 6361가구(공공분양 포함·임대 제외)로 2012년(3260가구)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2013년(1만 773가구)과 비교하면 41% 줄어든 수준이며, 지난해(9691가구)보다도 34% 가까이 입주 물량이 감소했다. 특히 오는 2017년 강남권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1334가구로 올해 물량의 5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강남권에서 앞으로 분양될 일반분양 물량도 크게 줄었다. 올해 하반기(7~12월) 강남지역에 나오는 일반분양 아파트는 전체 물량(18만 168가구)의 1.9%(2551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2013년(8512가구)의 3분의 1 수준으로 지난해(3192가구)와 비교해 20% 줄어든 수치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강남지역 내 신규 택지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채 주택 공급을 재건축에만 의존하다보니 신규 물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물량 감소뿐 아니라 지난 4월 단행된 분양가상한제 폐지 조치도 분양권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 시세도 따라 올라 기대 심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앞으로 강남권에 나올 일반분양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을 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SK건설이 21일 분양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 SK뷰’(국제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902만원으로, 4000만원 턱밑까지 차올랐다. 오는 10월에도 서초구 잠원동 반포 한양을 재건축하는 ‘반포 한양자이’(전용 59~153㎡ 152가구)와 잠원동 한신 5차를 재건축하는 ‘아크로리버뷰’(전용 59~84㎡ 41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어 평균 분양가 4000만원 시대가 열릴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 자문부 팀장은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 수요까지 재건축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강남권 부동산시장이 들끊고 있다”면서도 “가격 단기 급등으로 추격 매수가 부담스러워진 상황인데다 가격 거품 우려도 있는 만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분양하는 주요단지 [자료=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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