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가다] '마케팅·역사·글쓰기'에 주말 헌납하다

김성곤 기자I 2015.04.23 06:41:00

직장인 인문학 강좌 가보니…
도서출판 책비·러닝미 주최 '직장인 애정프로젝트 제1탄'
토요일 오후 가톨릭청소년회관 직장인 100여명 몰려
인문학 열풍에 출판사·서점 '독자만남' 강화 뚜렷

‘마케팅 리스타트’의 저자 안병민 씨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가톨릭청소년회관에서 열린 도서출판 책비와 지식·문화콘텐츠 공유플랫폼 러닝미가 공동주최한 특강에 참석, 직장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책비).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따사로운 봄볕이 ‘예술’이었던 지난 18일 토요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 가톨릭청소년회관. 100여명의 직장인이 몰려들었다. 도서출판 책비와 지식·문화콘텐츠 공유플랫폼 러닝미가 공동 주최한 직장인 애정프로젝트 제1탄 ‘마역글로 승부하라’라는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마역글’은 마케팅, 역사, 글쓰기의 줄임말. 장장 180분에 이르는 강의시간이었지만 마케팅과 역사, 또 글쓰기까지 한 번에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 빈자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윤지 책비 대표는 “‘마케팅 리스타트’의 안병민, ‘조선임금 잔혹사’의 조민기, ‘마케팅 글쓰기’의 고일석 등 저자 3명의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데다 대관장소를 3시간 이상 빌리기 어려워 주말에 열게 됐다”며 “앞으로 직장인을 위한 ‘마역글 프로젝트’를 2∼3개월에 한 번씩은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본질은 ‘짬짜면’”

강의는 주말을 반납한 보람이 팍팍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세 명의 저자들은 직장인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안씨는 마케팅의 정의와 중요성, 트렌드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마케팅의 바다로 안내했다. 특히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이라고 하듯 마케팅을 모르면 마맹”이라면서 “우리 삶의 모든 게 마케팅이다.‘나는 판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이키의 경쟁상대가 된 닌텐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었던 코닥필름의 역설’ ‘지하철 무가지의 몰락과 스마트폰의 부상’ 등 흥미진진한 사례도 들려줬다.

이어 안씨는 “마케팅은 불필요한 물건을 사게 만드는 전략이 아니라 고객 행보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쉬운 설명을 덧붙였다.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에 관한 고민을 해결해준 게 ‘짬짜면’이고 치킨의 ‘양념반 후라이드반’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같이 맛볼 수 있는 ‘된치찌개’까지 나왔다. 이런 게 마케팅의 본질이다.”

이어진 역사강의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조씨의 입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1만원권 화페의 주인공은 세종대왕, 동전 100원은 이순신 장군이라는 건 문무차별”이라는 우스개로 강의를 시작한 조씨는 그간 접하기 힘들었던 조선시대 왕들의 내밀한 속살을 공개했다. ‘태조 이성계가 사랑한 신덕왕후 강씨’ ‘관노비에 출산휴가로 100일을 줬던 세종의 애민정신’ ‘월화수목금금금 근무체제에 야근이 다반사였던 집현전 학자’ ‘엄마아빠 없이 무서운 삼촌만 많았던 단종의 슬픔’ 등.

고씨도 전직기자로서의 경력과 사업체 운영 경험을 이야기하며 “고객과 만나기 위한 모든 행동은 글쓰기에서 시작한다. 마케팅은 글쓰기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특히 “구조가 좋은 글을 써야 사람들에게 잘 읽히고 소통이 잘된다”는 강조와 함께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세일즈카피패턴을 상세히 일러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인문학 열풍 타고 ‘찾아가는 독자’ 서비스

국내 주요 출판사와 대형서점도 ‘마역글 프로젝트’처럼 독자와의 다양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인문학 열풍을 반영한 것으로 독자서비스를 강화하고 도서판매와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형식은 시나 소설 등 문학을 테마로 한 작가 강연회, 인문학 특강, 베스트셀러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와 문학동네가 공동주최하는 ‘소설학교’가 대표적이다. 소설학교는 열혈 독자나 작가지망생 사이에서 ‘내용이 탄탄하다’는 입소문이 나며 사전에 추첨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다. 지난 3월에는 황석영, 4월에는 은희경 등 국내 최고의 소설가들이 이 자리에서 독자와 소통했다.

교보문고의 인문학석강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인이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교보문고·대한문화재단·교보생명이 함께 마련한 고품격 강좌다. 국내 대표 석학을 초빙, 상·하반기 2강씩 총 4강의 강연으로 진행된다. 상반기에는 역사와 과학의 관점에서 인문학을 살펴보고 하반기에는 문학과 문화사 등으로 접근하는 인문학의 폭을 넓힌다.

독자와의 소통 강화에 직접 뛰어든 출판사도 적지 않다. ‘미움받을 용기’를 펴낸 인플루엔셜은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준 독자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 3월 일본인 저자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를 한국으로 초청, 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줬다.

이 같은 열기에 대해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과거 유명인에 국한됐던 저자특강 등이 인문학 열풍을 타고 확산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책 한 권을 읽으려면 보통 며칠이 걸리는데 저자를 만나면 한 시간에 깔끔하게 정리해준다”며 “책읽기 없이 학습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것은 인문학 열풍의 상품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우려감도 나타냈다 .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가톨릭청소년회관에서 열린 도서출판 책비와 지식·문화콘텐츠 공유플랫폼 러닝미가 주최하는 저자특강에 참석한 청중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사진=책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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