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이플라워호 맞이하자①] 밤낮 일부려먹고 다치니까 즉각 해고‥짓밟힌 코리안드림

안혜신 기자I 2014.10.06 06:00:00

<외국인근로자 내치는 배타적인 사례들>
계약서와 다른 업무하다
팔 잘리고 건강 망치고
불법체류자로 오인받아
6개월 억울한 옥살이도
보상금만 주고 끝이 아닌
치료받고 재기할 환경을

△지구촌사랑나눔 쉼터에서 근근히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 이들은 각기 사정으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사진 왼쪽부터 김성훈(49), 이창남(47), 이민호(65), 장하이빙(51), 이상덕(48), 미샤(49)씨.
[이데일리 특별취재팀] 이주노동자는 더는 한국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존재다. 매년 수 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처우는 과거보다 분명히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단일민족’이라는 배타적인 의식과 이주노동자는 ‘막 대해도 된다’는 일부 그릇된 인식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말이 서툴고, 복잡한 비자 발급과 연장 등의 절차를 잘 알지 못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이들의 쉼터를 직접 방문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한 이들의 애환과 가장 가까이에서 수년째 이들을 돕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지구촌사랑나눔센터. 이곳에는 각기 다른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주민들이 모여서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이들은 최소한의 생활도, 치료조차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부분 가족을 고향에 남겨두고 홀로 한국으로 향했던 이들은 소외된 이주 노동자라는 차가운 현실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땅에 떨어진 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현지 사정을 정확하게 알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인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팔 잘리고 다리 다치고..남은 것은 상처뿐인 몸

중국인 장하이빙(51·남)씨는 지난 2008년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중국은 한국보다 빈부격차가 심한 곳이다. 장 씨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중국에서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코리안 드림’으로 부푼 마음을 가득 안고 도착한 한국은 그러나 곧 절망의 땅으로 변했다.

처음 장 씨는 계약서대로 한 제조업체의 경비로 근무했다. 하지만 공장에서 일하던 조선족 노동자 한 명이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모든 일이 꼬였다. 공장 사장은 장 씨를 조선족이 빠져나간 빈자리에 채워넣었다. 공장일에 서툰 장 씨는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 씨는 기계에 한쪽 팔을 절단당했다. 급히 봉합 수술을 했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한쪽 팔에 전혀 힘을 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당연히 일할 수도 없게 된 장 씨는 공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회사가 불구가 된 장 씨에게 해준 것은 2000만원의 보상금이 전부였다.

우즈베키스탄인 미샤(49·남)씨는 지난 2002년 한국에 처음 들어왔다. 한국에 가면 한 달에 300만원을 넘게 벌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제철회사에서 주간과 야간을 가릴 것 없이 17시간을 꼬박 일해야 52만원을 받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열악한 야간 잔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불행은 2007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찾아왔다. 불의의 사고로 고관절을 다친 미샤씨는 지금도 목발이 없으면 걸을 수 없고, 의자가 없는 바닥에 앉을 수도 없다.

사고가 났던 초기, 보험사를 통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들어온 미샤씨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샤씨의 손에 쥐어진 금액은 보험금 650만원이 전부였다. 사고 후유증으로 불편한 고관절을 수술해야 하지만 양쪽 다리를 모두 수술하려면 4000만원이 든다는 말에 수술을 포기했다.

◇“억울하게 하늘로 간 남편..슬퍼할 틈도 없네요”

지난해 남편을 잃은 강신복(64·여)씨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한국의 한 요양원과 싸우고 있다. 간병인 자격증을 보유, 상당한 규모의 돈을 벌 수 있었던 강 씨의 남편은 지난해 경기도 부천의 한 요양원에서 일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문제는 남편의 사망 원인을 어디에서도 속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양원은 배우자인 강 씨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중국의 딸에게만 연락한 뒤 남편의 시신을 화장했다. 요양원은 남편의 사망 원인을 ‘지병’으로 돌렸다.

강 씨는 “남편은 한국에 올 때 건강검진을 마친 상태였고, 사망 전날까지도 딸과 아무런 문제 없이 통화를 했다”면서 “갑작스러운 사망의 원인도 알 수 없고, 시신마저 동의 없이 화장해 억울함을 풀 방법이 없어졌다”고 호소했다.

조선족인 이상덕(48)씨는 풍에 걸리면서 고향으로 돌아갈 시기를 놓치면서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뇨까지 왔고, 이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합병증으로 3개월 후에 시력을 영영 잃게 된다. 절망스러운 현실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이 씨는 눈을 뜨면 세상이 보이지 않을까 봐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이민호(65)씨는 불법체류자로 오인, 6개월간의 옥살이를 하면서 그 기간에 출국하지 못해 실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된 경우다. 억울한 마음에 인권위원회를 통해 진정서를 내보기도 했지만, 6개월 옥살이로 엉망이 된 몸을 보상받는 길이 없었다.

김성훈(49)씨는 한국에서 간경화가 생겼지만, 여권을 잃어버리고 비자를 재발급 받지 못해 돌아갈 길이 막혔다. 중국에서 곡물을 실어오는 상선에서 일하며 하루 1만5000원을 벌면서 생활했지만, 고된 노동에 몸은 더욱 망가졌다. 간경화에 심장병까지 겹쳤지만 김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병세가 악화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들이 한국 정부에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치료만이라도 마음 놓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서, 건강을 회복한 뒤 다시 씩씩하게 일어서는 것이다.

최병규 지구촌사랑나눔센터 사무국장은 “아직도 상당히 많은 수의 이주 노동자들이 화장실 하나 없는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숙소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그나마 서울 등 수도권은 지원센터라도 있지만 지방은 더욱 열악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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