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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콘서트홀 뛰쳐나온 고음악

문화부 기자I 2014.07.28 07:28:38

-심사위원 리뷰
고음악 대가 '지히스발트 카위컨 리사이틀'
200석 작은 카페서 관객과 소통
18세기 첼로 독특 음색 청중 매료

고음악의 대가 지히스발트 카위컨.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 이른 무더위에 아스팔트가 이글거리는 서울 중심부에서 한 줄기 산바람처럼 청량한 음악이 울려퍼졌다. 지난 1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옆에 위치한 카페 아모카에서 열린 지히스발트 카위컨의 리사이틀이 바로 그것. 아주 작은 규모의 카페에서 열린 시대악기 연주회였지만 잔잔하지만 뜨거운 감동과 많은 것을 시사해준 중요한 공연이었다. 홍보도 대대적이지 않았고 연주자도 스타급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작 1시간 전부터 좌석배치표를 받으려고 줄을 서서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다들 몹시 밝고 격양되어 있었다. 200여석 남짓의 좌석은 매진이었다.

벨기에 출신으로서 고음악계의 큰 어른격인 카위컨은 솔리스트이자 학자, 교수, 고음악 오케스트라인 라 프티 방드의 리더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특히 음반을 통해 인지도가 높은 탓에 한국에서 여러 차례 연주회를 가졌는데, 열린 마음과 온화한 성품을 가진 그는 콘서트홀을 벗어난 카페 연주회를 신선한 아이디어라며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그가 이번에 연주한 악기는 비올론 첼로 다 스팔라. 18세기에 잠시 사용되었던 어깨에 올려놓고 연주하는 작은 사이즈의 첼로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연주에 사용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는 카위컨은 바로 이 악기로 연주회에 임했는데, 첼로와 비올라의 중간 정도될 독특한 음향과 카위컨의 중후한 연주에 청중은 이내 매료되고 말았다.

이날 바흐의 ‘첼로모음곡’ 가운데 1번과 3번, 6번을 연주하며 중간 중간 작품과 악기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이며 청중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선 이 연주회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성공적이었다. 연주회가 끝난 뒤 악기를 보며 연주자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졌다.

현재 서울에서 바로크 악기 연주회는 찾기가 어렵다. 당시의 음악 자체가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탓이 큰 것도 있겠지만 이 바로크시대 악기를 전공한 사람의 수도 적고 이를 향유하는 계층도 얇다. 시대악기를 거래하거나 조율, 수리할 수 있는 전문가도, 고음악 전용홀도 전무하다.

그러나 수요는 창출해내야 하는 것. 현대악기보다 친근하고 감미로운 사운드를 갖고 있는 바로크 악기의 힐링적인 매력을 바로 이날 카위컨이 재확인시켜주었다. 시대악기의 볼륨은 작기 때문에 정식 콘서트홀보다 좁은 공간에서 연주했을 때 보다 직접적으로 악기의 소리를 체험할 수 있다. 게다가 바로크 연주자들의 개런티는 비싸지 않은 편이라 티켓값과 매니지먼트 비용을 낮출 수도 있다. 프로그램 기획력과 연주자 섭외만 신중하게 고려한다면 이 도심 한 가운데에서도 얼마든지 바로크 음악 부흥운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는 천장이 높은 교회나 적절한 규모의 건물 로비에서도 시대악기 리사이틀을 기획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바로크 음악의 매력이 전파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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