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에 나섰다. 특히 이번에는 은행과 에너지 기업, 방위산업체 등을 러시아 기업들을 직접 제재함으로써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계산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추가 제재는 러시아에 대한 중대한 조치”라고 밝힌 뒤 “미국 기업들이나 다른 동맹국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에 최대한 타격을 주기 위해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한 조치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제재안에서 러시아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인 로즈네프트와 천연가스 업체인 노바테크, 3위 은행인 가즈프롬뱅크 등 러시아 기업들이 미국 자본시장에서 만기 90일 이상인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칼라쉬니코프 콘체른 등 8곳의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들에게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단기자금 조달은 허용해 해당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맞지 않도록 배려하면서도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중장기 조달을 차단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죄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추가 제재는 우크라이나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지 말라는 미국측 요구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거절한데 따른 것으로, 그동안 미국은 러시아 관료에 대한 비자발급을 중단하고 푸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자산을 동결해왔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만약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 확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유럽연합(EU)도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원국들이 추가 제재안을 논의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러시아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는 유럽투자은행(EIB)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러시아 공공부문 투자와 대출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와의 교역 제한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러시아 기업을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