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내년 2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전셋집을 재계약하기로 한 회사원 김대희(35·가명)씨. 오른 전셋값은 물론이고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만만치 않아 김씨는 요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셋값이 3억원에 달해 가장 높은 수수료율(0.8%)을 적용받아 중개료로만 최고 2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가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같은 금액이라도 집을 매매할 때는 중개 수수료가 절반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3억원 이상 주택 매매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이 전세의 꼭 절반인 0.4%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중개 수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난 서울의 3억원 이상 전세 세입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김씨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현행 제도상 전셋값 3억원 이상이면 ‘고급 주택’으로 분류돼 수수료율 상한이 껑충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셋값 3억원 미만은 중개 수수료율이 거래금액의 0.3~0.5%에 불과하다. 하지만 3억원이 넘는 전셋집은 다르다. 이전 구간인 1억원 이상~3억원 미만의 0.3%보다 2배가 넘는 0.8% 이내에서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중개 수수료율 제도가 2000년 한 차례 개정된 뒤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면서 현실과의 괴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0년 말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1억1080만원이었다. 고급 주택으로 분류된 3억원 이상 전세 아파트는 전체 아파트의 1.7%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달 중순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3억565만원에 달한다. 3억원 이상 아파트가 전체 아파트의 39%를 차지하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김명신 서울시의회 의원이 전세 중개 수수료율의 구간을 세분화하고 요율 상한선도 낮추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중개업계 반발에 밀려 결국 하루 만에 반려됐다.
오피스텔도 중개 수수료율 제도의 차별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해도 주택 외로 분류돼 거래 금액과 무관하게 수수료율 0.9%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수수료율 0.9%는 6억원 이상 주택을 사고 팔 때만 부과되는 현 제도상의 최고 요율이다.
전문가들은 실정에 맞지 않는 요율을 개선하는 한편, 독일 등에서 사용되는 고정 요율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수수료율 상한만 정한 것이 오히려 갈등만 키웠던 측면도 많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일부 요율을 변경해도 시장 가격이 변동하는 한 추후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부동산 중개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객관화해 중개 수수료 전반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위해 지난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며 “내년 상반기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를 열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