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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진보당..'식물 정당' 전락하나

박보희 기자I 2012.07.28 06:00:00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로 길을 잃었다. 당원들의 탈당이 줄을 잇고, 당내 지도부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당 안팎에선 식물정당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강기갑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고대죄로도 떠나는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지금 상황이 너무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큰 벽이 있음을 절감한다”며 “중앙위에서 새로운 집행부조차 구성되지 못했다. 대표의 인사 권한은 사전에 봉쇄당했고 의총에서는 당심과 민심을 완전히 거스르는 결정을 내려 혁신을 좌초시키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탄했다.

전일 제명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심상정 의원 또한 “국민들이 과연 통합진보당이 혁신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을 것인가 깊이 회의하게 만들었다”며 “저 역시 깊이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동원 의원은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강 의원은 구당권파와 함께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회의적”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탈당을 포함해)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탈당 위기..당 해산 주장까지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은 지도부 뿐만이 아니다. 당원들 또한 예상치 못했던 제명안 부결에 잇달아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탈당 또는 당비납부 중단 의사를 밝히는 당원이 하루만에 1000여 명을 넘어섰다.

박원석 의원은 “당원들이 탈당 의사 표시를 하고 있어 당원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강 의원 또한 “참여계 당원 상당수가 동요하고 있는데 일단 진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구당권파측 관계자는 탈당 상황에 대해 “개인이 탈당하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당을 해산한 후 재창당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일부 당원은 당원게시판을 통해 “정부에 정당해산청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연대 ‘빨간불’

야권연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우상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통합진보당이 결국 자기 문제 해결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내부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는 정당이 어찌 국민 사이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사건 장기화는 범야권 전선 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절박한 대선 승리 시간표상 언제까지 진보당 내부 사정만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전날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통합진보당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야권연대는 유보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길 보이지 않아..“머릿속이 하얗다”

문제는 이 사태를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중앙위가 파행에 그치면서 새로운 집행부 구성조차 마무리 짓지 못했다. 중앙위와 대의원대회에서 수 적으로 구당권파가 우세한 상황에서 다시 중앙위가 열린다고 해도 파행될 가능성이 높다.

강 대표는 “이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혁신과 통합의 어떤 수단을 찾기가 난망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머릿속이 하얗다”며 “원내지도부와 당 지도부를 새로 선출하는 과정을 통해 바닥을 치고 반등하길 기대했지만 아직 더 추락해야 될 것 같다”며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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