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내렸다. 사실상 반토막이다. 앞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 0.2% 역성장했다. 트럼프발 관세 충격이 완화되지 않는 한 올해 성장률은 0%대 제로성장에 머물 공산이 크다. 한은은 경기 진작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3.5%에서 2.5%로 1%포인트 떨어졌다.
성장 둔화는 한국만 겪는 게 아니다. 미국 성장률은 1분기 - 0.3%(직전분기 대비 연율), 일본은 - 0.2%(전분기 대비)에 그쳤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월(3.3%)보다 0.5%포인트 낮춘 2.8%로 제시했다. 문제는 한국의 성장 둔화가 구조적이라는 데 있다. 트럼프 변수 이전에도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2%를 밑도는 노쇠 현상을 보였다. 관세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성장을 회복할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개혁을 누누이 강조했다. 2년 전 이 총재는 “구조개혁 없이 재정·통화 등 단기정책으로 (성장률 정체를) 해결하려고 하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엔 “새 산업을 도입하려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그 사회적 갈등을 감내하기 어려워 이것저것 피하다 보니 새 산업이 도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조개혁엔 희생과 양보가 필수다.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성장을 최상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약집에서 잠재성장률 3%를 목표로 한 ‘진짜 성장’ 전략을 내놨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투자하기 좋은 나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마디로 공허하다. 어느 후보도 고통 분담을 호소하지 않는다. 표가 떨어질까 우려해서다.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기술력을 무서운 속도로 키우고 있다. 한국이 설 자리는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같은 미봉책은 나랏빚만 늘릴 뿐 성장률 회복을 위한 근본처방이 아니다. 차기 대통령은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의 본질에 당당히 맞서는 정책을 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