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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설계와 제조 모두 선두를 유지했던 인텔이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TSMC, 엔비디아에게 시가총액 순위 등에서 밀린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투자 부족’을 첫손에 꼽는다. 설계와 제조 분야에서 매년 신기술을 선보이는 ‘틱톡’ 전략을 폐기하고 3년에 한 번씩 신기술을 내는 ‘파오(PAO)’ 전략을 2016년 채택한 게 시발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인텔은 파오 전략으로 수익성과 공정 최적화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투자에 부담을 느꼈던 탓으로 풀이된다. 7나노 이하 반도체 미세화 공정을 위해선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요한데, 대당 2000억원에 육박해 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고객사들은 지금보다 나은 최첨단 미세화 공정을 원하다 보니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뒤처진 인텔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고객사들은 EUV 장비 투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은 삼성전자나 TSMC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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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인텔은 또 다른 무기였던 CPU 기술력마저 놓치고 말았다. 2014년부터 리사 수가 이끄는 AMD를 비롯해 퀄컴, 엔비디아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인텔의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점유율을 가져가 버렸다. 고객사 입장에서 2017년 출시된 AMD의 Zen CPU 라인은 인텔 제품의 반값으로 ‘가성비’까지 챙길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주 고객사인 애플은 2020년부터 인텔 반도체 대신 자체 칩인 맥북용 반도체로 전환했고, 오랜 파트너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퀄컴과 손을 잡았다.
역대 인텔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짧은 재임 기간을 기록한 밥 스완 CEO의 뒤떨어진 투자 감각은 생성형 AI 시대마저도 대비하지 못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스완 CEO는 2017년과 2018년 당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분을 얻을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포기했다. 생성형 AI가 가까운 미래에 출시된다고 해도 오픈AI에 대한 투자금을 환수할 수 없을 거란 이유에서였다. 오픈AI는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총 130억달러의 투자를 받아 2022년 11월 챗GPT를 출시로 AI 열풍을 주도했다.
잃어버린 10년이 지난 지금, 2021년 취임한 인텔 펫 겔싱어 CEO가 ‘심폐소생술’에 주력하고 있지만 과거 명성을 회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엔지니어 출신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한 그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다시 시작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이미 TSMC와 삼성전자가 주름잡고 있어 고객사를 다시 끌어오기가 어렵고, 엔비디아 GPU로 몰려든 투자자들의 눈을 다시 끌어당길 요인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냉정한 평가다.
겔싱어 CEO는 “그동안 가장 중요한 일은 10년 이상 투자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기술 격차를 메우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는 것이었다”며 “비용 구조를 새로운 운영 모델과 일치시키고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수익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고 아직 AI와 같은 강력한 트렌드로부터 완전히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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