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해킹’ 저자들은 수능을 정육면체 형태의 장난감인 루빅스큐브(퍼즐 큐브)에 빗대며 이같이 말한다. 사교육 업계가 색상을 뒤섞은 퍼즐을 원상복구하는 방식을 파헤치듯 수능 문제 패턴을 분석한 뒤 수험생들에게 그 패턴을 숙달시키게 하는 작업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평가원과 사교육 업계가 주고받는 상호작용 속 수능이 과거보다 훨씬 더 기괴하게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평가원의 출제 경향은 ‘난이도 조절 실패’라는 비난을 피하고자 고착화하고 있고, 사교육 업계는 그 틈을 파고들어 ‘퍼즐식 풀이’ 기술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 속 학생들이 “한 번 더”를 외치며 ‘N수’를 결정하고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필삼선’(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24학년도 수능 응시자의 ‘N수생’ 비율은 35.2%에 달했는데 이는 28년 만에 최고치다.
저자들은 수능이 반교육적인 시험으로 전락했다고도 비판한다. 사교육의 힘을 빌려 수능에서 고득점을 맞고 인기 대학에 간 뒤 교수에게 해답지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다. 갈수록 심화하는 지역별 교육 격차와 수능이 부의 대물림과 계급 재생산 통로로 쓰이는 현실 또한 꼬집는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공부 방법과 수능 체계 정비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게 책의 핵심 메시지다. 저자들은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해 제도적 변화를 이루어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학생들이 입시를 한정된 자리를 위한 경쟁이 아닌 대학 공부의 준비 단계이자 실질 지식을 배우는 과정으로 여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