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선제적 구조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기업 제이엠텍의 장명희 대표 말이다. 이 회사는 2017년부터 전기차용 2차전지 장비 제조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나섰다가 큰 위기를 겪었다. 코로나 시절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세계 물류대란에 따른 수주 지연까지 겹쳐 갑작스러운 자금난에 봉착했지만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를 넘겼다.
정부가 지난 2021년부터 시행 중인 선제적 구조개선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정부의 완충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객 돈을 관리하는 은행은 업의 특성상 부실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비올 때(경기둔화시) 우산을 뺏는 관행(경기순응성, 대출회수 및 추가 담보·보증요구)’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어서다. 특히 재무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은 과도한 비올 때 우산뺏기로 경쟁력 하락을 넘어 생존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출은 일반적으로 경기상승기에 증가하고 하강기에 줄어든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경기 하강기의 유동성 경색 정도가 상승기의 자금 완화 정도보다 더 심해진다”고 했다. 이어 “은행이 중소기업을 평가할 때 실제보다 더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퇴출되지 않아도 되는 기업까지 퇴출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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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장에서는 선제적 구조개선이 충분한 우산 역할을 하지만 지원을 받게 되면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과 같은 꼬리표가 달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장 대표는 “처음에 선제적 구조개선이 워크아웃 일종이라는 말이 나와 우려했다”며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수주 등에서의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서 선제적 구조개선 이용 시 이런 불이익을 받을까 봐 지원시기를 놓친 사례도 종종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선제적 구조개선을 이용해도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지원 은행 외에는 지원 사실이 알려지지 않는다. 워크아웃 기업이 감사보고서에 ‘워크아웃 진행 중’이라는 사항이 표시되는 것과 다르다. 선제적 구조개선은 대상이 조금 다른 일반 대출 프로그램이라는 게 중진공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은행 신용위험평가 C등급이 주요 대상이지만 선제적 구조개선은 B등급이 주된 대상”이라고 했다. B등급은 일시적 유동성 부족 등의 사유로 부실징후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이다. C등급은 부실징후기업이면서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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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지원금액 한도에 아쉬움을 표시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대표는 “여러 기업에 지원하다 보니 기업당 대출 한도가 작을 수밖에 없다”며 “숨넘어가는 기업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건데 매출액에 비례해 지원규모가 커지는 선별 지원이 이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진공 대출은 2.5% 고정금리에 시설자금은 10년(만기)·60억원 한도, 운전자금은 5년·10억원 한도로 이뤄진다.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3.5%)보다 1.0%포인트나 낮다.
현장에서는 절차를 간소화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금을 지원하면서 경영개선계획까지 요구해서다. 중진공 관계자는 “자금수혈이 다급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3억원)을 짧은 처리기간(10일)에 받을 수 있는 긴급경영안전자금이 더 적합하다”며 “선제적 구조개선은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자금 지원을 병행해 위기를 통과할 수 있게 돕는 제도라 양쪽은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선제적 구조개선을 통해 4억원 이상을 지원받으면 1개월 이상 걸리는 구조개선계획을 세워야 한다. 중기부는 이런 현장 목소리를 수용해 다수의 채권은행이 공동지원을 결정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구조개선계획 수립 의무를 면제키로 했다.
은행권은 관련 예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부행장은 “재성장 의지나 자구계획이 있는 기업은 예산을 확대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지난해 677억원에서 올해 745억원으로 확대됐다.
또 다른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업체가 선제적 구조개선 프로그램에 지원하려고 해도 지원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검토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은행 간 우수사례나 선별 기준이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