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코로나19가 남긴 상처가 우리나라 경제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노동시장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졌고, 저출산·고령화는 가속화했다. 잠재성장률이 하향 조정된다면 중립금리도 낮아질 전망이다.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가 높아졌을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대조된다.
◇ 2% 넘나 안 넘나, 제각각이나 하락 추세는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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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요소, 노동·자본·자원 등 기타 요소를 총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쪽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저출산·고령화 속도도 빨라졌다. 합계출산율은 2분기 0.7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데다, 내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관건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잠재성장률이 꺾이느냐다.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에선 2018~2022년까지는 잠재성장률이 2.4%로 추정됐으나, 2023~2027년까지는 2.1%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주요 기관에서 2% 안팎의 잠재성장률을 제시한 가운데 한은이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추정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잠재성장률의 최대 적은 노동생산성 하락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보다 높아졌음에도 잠재성장률 회복을 담보하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로 경제활동참가율은 올 9월 64.6%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62.9%)보다 높다. 하지만 여성, 고령층 위주로 고용이 증가한 데다 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높아 총 근로시간(취업자수에서 1인당 평균근로시간 곱한 값)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지난 8월 한독상공회의소(KGCCI)가 주최한 행사에서 “대부분의 고용지표가 양호한 편이지만 고용 증가는 고령자와 여성 근로자가 주도하고 있어 질적 측면에서 노동시장 수준이 높지 않다”며 “잠재성장률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美는 잠재성장률 상향 가능성 있다는데…
우리나라가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잠재성장률(2023~2027년, 1.8%)은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 인공지능(AI) 발달 등으로 상향 조정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잠재성장률의 변화는 중립금리의 방향과도 연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립금리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 장기화를 따라가다간 성장을 과도하게 옥죌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환율이 각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크게 좌우되는 점을 고려하면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은 원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구조개혁 여부가 관건이라고 봤다.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성장에서 어떻게 탈출하는지는 다 알고 있다. 여성·해외 노동자 활용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하면 2% 이상으로 갈 수 있다”면서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문제다. 그 선택은 국민과 정치권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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