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차를 타고 경남 일대를 돌며 먹잇감을 찾았다. 주로 차선을 변경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을 노렸다. 충분히 차량을 멈출 수 있지만 차선 변경하는 차량이 나타나자 오히려 속도를 더 냈다. 차량에 고의로 부딪혀 고의 사고를 내기 위함이다. 몸을 사리지 않은 저돌성을 앞세워 ‘나이롱환자’를 직업으로 삼은 A씨는 무려 3년간 88번의 고의 사고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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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을 변경하거나 유턴하는 다른 차량에 수차례, 수시로 부딪힐 수 있을까. 보험사의 대답은 ‘아니다’로 모아졌다. 국내 한 보험사는 분석시스템(IFDS)을 통해 A씨가 3년 동안 88회의 다수 사고와 연관됐다는 것을 알아냈다. ‘고의사고’라는 점을 입증해 수사기관에 의뢰를 진행하기 위해 사고 동영상 확보와 공항분석도 마쳤다.
문제는 수사과정에서 ‘고의성’ 입증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사의뢰가 들어간 첫 경찰서에선 수사 답보 상태가 이어졌고, 수사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내사종결로 매듭이 지어졌다.
그러나 보험사는 포기하지 않고 해당 지역 관할 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에 재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경남지역 일대에서 차선변경 차량 대상 고의사고 88건을 낸 혐의점이 인정되면서 A씨는 불구속 송치됐다. A씨가 사기 청구서를 날린 한 보험사의 당시 적발 금액은 1억7000만원(30건)이다.
◇‘교통법규 위반 차량’ 노린 조직형 범죄 多
최근 보험사기 중 이와 같은 ‘차선 변경 고의 사고’ 유형은 조직 구성 및 젊은층 가담형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30~4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공범을 모집하면 예상보다 금방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차선 변경 보험사기 사례를 살펴보면, B씨 등 주범 3명은 원룸을 임대해 사무실을 차려놓고 철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보험사기에 이용할 차량을 공범자 명의로 대여했다. 사기에 나름의 ‘안전장치’를 만든 셈이다. 주범 중 한명이 고의사고를 내면 조수석에 함께 탄 공범과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는 수법도 사용했다.
특히 이들은 교통법규 미준수 차량에 집중했다. 예컨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길가에 정차한 차량을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일부 침범한 차량을 주요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차량이 있으면 맞은편 차선에서 차를 주행하다가 놓치지 않고 고의로 접촉사고를 일으키는 식이다.
고의는 아니지만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못한 차량을 노린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피해 차량은 진로변경 차선 미준수가 60.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13.3%), 일반도로에서 후진(6.3%) 등 보험사기 피해자의 과실비율이 높은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