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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는 이제 없다'…팝업스토어에 빠진 백화점

정병묵 기자I 2023.03.14 06:12:00

백화점 업계 새해부터 각종 팝업스토어 유치에 열심
롯데 ''보테가'', 신세계 ''화이트데이'', 현대 ''BTS-레고''
21~22년 매출 역대급 신장 ''기고효과''로 올해 실적 ↓
"작년 돈 많이 벌었다고 노나…팝업스토어가 ...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백화점의 관심이 ‘팝업스토어’에 쏠리고 있다.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 고객에게 특정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한 차원도 있지만 속내를 뜯어 보면 올해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깃들어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명품을 중심으로 고성장했다가 본격 엔데믹 전환으로 이젠 ‘코로나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예년 대비 ‘역기저효과’를 방어하기 위한 돌파구로 올해 팝업스토어에 계속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 에비뉴엘 잠실점 지하 1층에 조성한 럭셔리 팝업 전용 공간 ‘더 크라운’(사진=롯데백화점)
◇너도 나도 ‘팝업’…코로나 특수 후 올해 먹거리 고민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 잠실점의 럭셔리 팝업 전용 공간인 ‘더 크라운’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보테가 베네타는 ‘더 크라운’의 첫 팝업스토어로 특별 신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더현대서울은 오는 26일까지 방탄소년단(BTS)과 덴마크 완구 기업 레고그룹이 협업한 팝업스토어를 선보인다. 방탄소년단의 메가 히트곡 ‘다이너마이트’의 뮤직비디오를 테마로 꾸며진 이곳에서는 신상품 체험부터 레고로 만든 ‘레고 BTS 콘서트 디오라마’ 전시와 레고 미니피겨 포토존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2일부터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화이트데이 팝업 행사를 진행 중이며, 갤러리아 백화점은 16일까지 ‘고메이494 한남’에서 프리미엄 칠레 와인 ‘푸엔테 알토’ 팝업을 운영한다.

팝업스토어는 특정 장소에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홍보와 판촉을 진행하는 한정 이벤트이다. 식품·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서울 성수동이나 연남동의 건물 한 채를 팝업스토어로 꾸려 카페 등 브랜드 홍보로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백화점도 점포에 특정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유치해 모객과 매출 증가 효과를 본격 꾀하기 시작했다.

더현대서울 ‘레고-BTS’ 팝업스토어에 전시된 BTS 레고(사진=현대백화점)
A백화점 관계자는 “작년 한 해에도 팝업스토어를 많이 유치했지만 올해는 각 사가 더 적극적으로 많은 팝업스토어를 유치할 계획”이라며 “아무래도 올해 실적이 작년처럼 좋을 수 없기 때문에 실무 부서에서 가장 새로운 돌파구로 꾸리기 좋은 아이템이 팝업스토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백화점은 올해 실적에 대한 고민이 크다. 지난 2021~2022년 ‘코로나 특수’를 제대로 누린 터라 올해는 예년 대비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연매출은 코로나19 ‘보복 소비’ 심리가 퍼지면서 2021년 24.1%, 2022년 15.7%씩 크게 증가했다.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의 경우 작년 매출 3조2320억원, 영업이익 4980억원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에 연매출 3조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역기저효과’ 올해 성장 주춤…“올해 팝업스토어 더 성행”

하지만 올해는 역기저효과에 따라 올해 성장률 그래프가 완만해지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3.7% 감소했다. 특히 명품 매출 성장세가 크게 꺾이고 있다. ‘해외 유명브랜드(명품)’는 2022년 1월 매출이 전년대비 46.5% 증가했으나 올해 1월엔 전년대비 7.2% 감소했다.

업계는 지난해 두 자릿수대 매출 신장률을 보인 명품이 연초 5%대에 그쳤고 점점 성장률이 꺾일 것으로 내다본다.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겹쳐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실적을 견인했던 명품 소비가 꺾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큰 폭으로 성장했던 ‘가정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18.4%나 감소했다. 명품과 리빙 매출이 주춤한 것은 경기침체 등으로 자산가치가 흔들리면서, 고가품 소비가 타격을 받은 데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그나마 남은 소비 여력마저 분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백화점 현장에선 올해 팝업스토어가 더욱 성행할 것으로 본다. 경영진의 주문에 걸맞게 ‘뭐라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엔 팝업스토어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B백화점 관계자는 “경영진에서 올해 실적 둔화에 대한 대비책을 제시하라고 하면 ‘작년, 재작년 많이 벌었으니 올해는 좀 쉬어갑시다’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에서 고객의 관심이 높은 팝업스토어가 가장 효과적이다. 실적이 기대만큼 안 나오더라도 현업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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