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송제용(58)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연임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020년 마포문화재단의 5대 대표이사로 임명된 송 대표는 지난 1일 2년 임기의 6대 대표이사로 연임이 결정됐다.
|
송 대표에 따르면 묵묵히 일해온 것이 현 구청장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그는 “전임 구청장과 현 구청장 모두 일면식은 없었다”며 “재단 대표로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이런 이야기가 구청장에게도 전해지면서 연임이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문화재단은 중구문화재단(2004년), 구로문화재단(2007년 7월)에 이어 2007년 9월 설립된 세 번째 서울시 자치구 내 지역문화재단이다. 지금은 ‘지역문화진흥법’(2014년 제정)에 따라 지역문화재단 설립이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지만, 마포문화재단은 법 제정 이전에 설립돼 지역문화재단으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역 주민을 포함해 서울 시민 모두를 대상으로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공연계에서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송 대표는 조선일보 광고국과 한겨레신문사 문화교육사업부, 문화사업부 등을 거쳐 기획담당부국장을 지낸 문화예술기획 전문가다. 5대 임기 동안 △가족친화 우수기관 인증 △스마트 마포아트센터 추진 △마포아트센터 1004석 재개관 △M 축제 시리즈 브랜드화 △서울마포음악창작소 인수 △문화예술 지역사회공헌 등을 추진했다.
|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많은 지역문화재단은 지자체의 지시에 따라 운영을 중단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마포문화재단은 오히려 ‘비대면’이라는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새로운 콘텐츠로 관객과 만났다. 온라인을 적극 활용한 ‘M클래식 축제’가 대표적이다. 화상 채팅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합창 공연은 2만여 명의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드론 등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 제작도 눈길을 끌었다. 송 대표는 “그럼에도 계속해서 공연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연임 기간 동안 마포문화재단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클래식 허브의 역할을 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의 음악 교육법을 동남아 지역에 알리고 이를 통해 아시아의 클래식 연주자를 유럽 무대에 알리는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그 초석으로 한국·중국·일본의 주목할 피아니스트들이 함께하는 무대를 준비 중이다. ‘올해의 아티스트’를 신설해 2021년 부소니 콩쿠르 2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김도현의 공연을 총 4회 선보인다. 김도현과 함께 대만계 캐나다인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 2021년 쇼팽 콩쿠르 3라운드까지 진출한 일본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의 합동 공연을 계획 중이다. 송 대표는 “새로운 것을 선도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문화재단의 임무라는 생각으로 계획 중인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마포문화재단의 강점은 순수예술과 대중문화를 넘나드는 기획에 있다. 조정현, 이정석, 김완선, 박남정 등 추억의 가수를 소환해 화제를 모은 ‘어떤가요’ 시리즈는 마포문화재단의 새로운 대중음악 공연 기획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M 소나타 시리즈’는 올해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등의 공연을 예고하고 있다. 송 대표는 “문화사업에서 중요한 건 ‘펀’(fun), 곧 즐거움”이라며 “지역을 위한 콘텐츠 개발과 함께 서울시민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