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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020년 5월 지하철에서 핸드폰 무음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했다. 그의 범행은 지하철 유리창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찍어 확대해 보는 모습을 목격한 피해 여성의 경찰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경찰에 초기화시킨 휴대폰을 제출하며 피해 여성을 찍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하철 내에서 승객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풍경사진으로 촬영했을 뿐, 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 A씨가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무음 카메라 앱을 설치한 사실을 확인했고 결국 A씨도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2020년 초부터 지하철 내에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담당 경찰관에게 선처를 부탁한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서울시교육청은 A씨의 비위 사실을 인지한 뒤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A씨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불법촬영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 그는 검찰이 자신에게 무혐의 처분을 했고, 경찰 조사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 탓에 불법 촬영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지하철에 탑승한 승객들은 본인이 촬영될 것이라고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는 논리도 펼쳤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은 A씨가 전신을 촬영한 사실은 인정되나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해 촬영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며 “경찰의 출석 요구 이후 A씨가 휴대폰을 초기화한 점,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다 포렌식 결과를 제시하자 촬영 사실을 인정한 것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교육청 5급 공무원으로서 높은 수준의 도덕성·윤리의식·품위유지의무 등이 요구되는데 A씨의 행위는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A씨에 대한 징계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귀책사유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