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대인플레 잡겠다"…한은, 7월에도 연속 금리인상 시사

최정희 기자I 2022.06.10 06:27:00

한국은행,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발표
단기 기대인플레 3.3~3.7%…장기 기대인플레도 목표 넘어
유가 석달 만에 120달러 돌파…6월 물가 상승률 6% 가능성
"경기둔화 부담에 빅스텝 없이 0.25%p씩 금리 인상한다"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이 높은 물가 상승세를 우려하며 7월 기준금리 연속 인상을 시사했다. 4월, 5월에 이어 7월까지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역대급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현재로선 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보단 0.25%포인트씩 올리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밝혔다. 연말 기준금리 전망 2.5~2.75%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7월, 8월, 10월, 11월로 네 차례 남았는데 네 번 연속해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 기대인플레와 물가상승률의 악순환…‘금리 인상으로 잡자’

9일 한은 금통위 회의에서 의결된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가득찼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인과 전문가의 향후 1년 후 물가 상승률 전망을 보여주는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각각 5월 3.3%, 4월 3.7%로 높아졌다. 올 1월까지만 해도 모두 2.6%였으나 0.7%포인트, 1.1%포인트 오른 것이다. 한은은 단기 기대인플레는 1~4분기 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받고 3~4분기 후 다시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률이 단기 기대인플레를 자극하고 기대인플레가 다시 물가 상승세를 높이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5월엔 5.4%를 기록해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엔 6%대를 찍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8일(현지시간) 122.11달러로 석 달 만에 120달러대를 돌파하면서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세는 약 3주 후면 소비자 물가에 반영돼 유가가 이달 내내 120달러대를 유지한다면 물가상승률은 6%를 넘어설 전망이다. 월별 물가상승률이 6%를 넘은 것은 1998년 11월(6.8%)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이는 또 다시 기대인플레 상승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 뿐 아니라 향후 5년 후 물가전망을 보여주는 전문가 장기 기대인플레도 1분기와 2분기 2.06%, 2.02%로 물가 목표치(2%)를 넘어섰다. 한은은 “인플레 충격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기대인플레 안정화를 위한 정책 대응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제유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오른 것을 기준금리 인상으로 어떻게 잡느냐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4월 `BOK 이슈노트`를 통해 발표했던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 미국과 독일의 정책사례를 또 다시 꺼냈다. 공급 충격으로 물가가 올랐을 때에도 독일처럼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경제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외려 돈을 풀다가 고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경기 침체를 감수하면서까지 1년 새 금리를 7.2%포인트나 높였던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 아직은 25bp씩 인상…“빅스텝 필요하면 그때 말한다”

한은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높이며 7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현재로선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성장 둔화 우려를 키우면서까지 물가를 잡기 위해 전에 없던 빅스텝을 할 필요성을 아직까지는 못 느낀다는 얘기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빅스텝 가능성과 연말 기준금리 2.5~2.75% 기대에 대해 “시장에서 보는 기준금리 연말 수준이 합리적 기대로 생각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중국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등 (경기 하방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25bp(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밝혔다.

박 부총재보의 ‘25bp씩 인상’ 재확인으로 인해 국고 3년물 금리는 오전 중 상승하다가 오후 들어 전 거래일(3.209%) 대비 0.038%포인트 하락한 3.171%에 거래를 마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박 부총재보의 발언을 고려하면) 물가가 높긴 하지만 경기 상황도 있어 시장의 예상 범위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긴 어렵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빅스텝 가능성은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박 부총재보는 “물가 상방 위험이 더 높은 만큼 혹시라도 (빅스텝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가서 시장 등 외부와 소통을 통해 그 기대를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5~7월까지 물가가 5%대를 기록하고 3분기께는 물가가 고점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만약 물가가 4분기에도 5%대를 훌쩍 넘어 뛰는 등 고점을 찍는 시기가 늦어진다면 빅스텝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올해 물가 상승률을 한은 전망치인 4.5%보다도 높은 4.8%로 예측하기도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