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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년의 복지 정책에 대해선 부의 재분배를 위한 의지는 보였지만 성과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핵심은 일단 국민연금 개혁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국민연금 개혁을 미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그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다음 정부에 미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빨리 개혁하지 않으면 청년세대 부담만 가중된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 직속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그간 국민연금 개혁은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이었다”며 “보수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덜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경우에는 재분배 기능이 약화된다는 한계가 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보다는 고소득층의 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금 국민연금 월 상한액은 524만원이다”며 “520만원을 벌든 1000만원을 번든 똑같은 액수를 낸다. 고소득자를 위한 구간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내놨던 복지 정책에 있어서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큰 차별점이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교수는 “이번 선거를 돌아보면 ‘상대방이 해주면, 우리도 해준다’ 정도의 경쟁밖에 없었다”며 “공약을 남발해서 복지 자체를 줄이지는 못할 거다. 이를 통해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만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현금성 복지보다는 사회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재훈 교수는 “기본소득 같은 어설픈 현금성 복지는 오히려 사회 서비스가 약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윤 당선인이 밝힌 사회 서비스 확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전달 체계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 교수는 “기존 사회 서비스는 공공성 강화를 내세워 국가주도로 이뤄졌다”며 “민간 사회복지 법인 등과의 협조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교육 정책이기도 한 ‘초등 돌봄’(전일제 수업)에 주목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오후 8시까지 초등 돌봄 교실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현재 사회서비스 최대 현안은 영유아 교육 이후 ‘돌봄 절벽’”이라며 “만약 학교가 돌봄 교육의 거점 장소로 변화할 수 있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교수는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보수라는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시장에만 맡겨서는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봤다”며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국가 조차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