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야심 차게 무선이어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애플과 삼성업체 등 경쟁사와 달리 블루투스 연결이 불가능한 기기도 연결할 수 있는 장점을 내세우며 ‘틈새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휴대폰과 무선이어폰이 사실상 ‘결합상품’처럼 팔리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LG전자의 전략이 먹힐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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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무선이어폰 ‘톤 프리(TONE Free)’ 신제품 3종(TONE-TFP9, TONE-TFP8, TONE-TFP5)을 전략적으로 출시했다. 모바일 사업 철수 결정 이후 무선이어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내놓는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글로벌 무선이어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76% 증가한 5억300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는 2024년에는 12억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 사업의 실패를 메울 수 있는 주요 시장인 셈이다.
LG전자의 전략은 차별화다. 영국 명품 음향 브랜드인 메리디안과 협업해 만들어 내는 메리디안 사운드나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과 같은 우수한 음향 관련 성능·기능도 내세우지만 눈에 띄는 차별점이 다른 데 있다.
위생관리 기능과 플러그앤와이어리스 (Plug&Wireless) 기능이다. 이어폰을 보관 케이스에 넣으면 UV(자외선) 발광다이오드(LED)로 대장균 등 유해 세균을 99.9% 제거하는데, 기존에는 10분이 걸렸다면 신제품은 5분이면 가능하다.
특히 플러그앤와이어리스는 기존 아날로그 기기와 연결해주는 장점이 있다. 블루투스로는 연결이 불가능한 기기들과 무선 이어폰을 연결해준다. 헬스장 러닝머신이나 비행기, 고속버스, 게임기 등과 연결해 영상 시청을 할 때 유선이어폰을 꽂는 AUX 단자에 톤프리 총전케이스를 연결하면 된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샤오미 제품이 불가능한 영역을 노린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유선 이어폰으로만 이용 가능한 기기가 생각보다 많다”며 “고객 편의성 강화에 세심하게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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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선이어폰 시장은 휴대폰과 세트로 팔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 고객은 브래드 충성도와 함께 기기 호환 등을 이유로 자사 무선이어폰인 ‘에어팟’을 쓴다. 삼성전자 고객은 애플 고객만큼 충성도는 높지 않지만 ‘갤럭시 버즈’를 쓰는 편이다. 삼성 갤럭시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갤럭시 버즈를 5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고, 사전예약 고객은 무료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5%, 애플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의 충성고객을 고려하면 LG전자의 타깃은 삼성전자 휴대폰 이용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상 무선이어폰 끼워팔기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LG전자 무선이어폰과 삼성전자의 무선이어폰의 출고가격은 큰 차이가 없지만 할인율을 적용하면 격차가 커진다.
삼성전자는 내달 중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와 함께 갤럭시버즈2를 출시하는데 기존과 마찬가지로 휴대폰과 함께 무선이어폰을 끼워팔 가능성이 크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기능만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경쟁이 이뤄지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일각에선 LG전자 사업을 접으면서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확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 삼성전자의 사실상 끼워팔기 방식은 공정거래법상 위법이 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 끼워팔기와 연계된 결합판매는 생산 또는 유통 비용을 낮춰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가격인하로 인해 소비자 후생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결합판매는 독점상품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다른 사업자와 경쟁하고 있는 상품의 가격을 대폭 낮춰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독과점이 될 경우 가격을 올려서 결국 소비자 후생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끼워팔면서 제품이 할인된 가격이 경쟁사업자의 제품의 원가(평균가변비용)보다 낮으면 경쟁사업자들이 생존할 수 없게 돼 위법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아직 시장이 커지지 않았지만 향후 삼성전자가 휴대폰 독점력을 활용해 사실상 끼워팔기를 지속하면서 무선이어폰 시장을 독점할지는 주시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