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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철거공사 '올스톱'…광주 붕괴사고가 멈춰 세웠다

황현규 기자I 2021.06.29 06:05:50

서울시·자치구 철거 허가 20% 수준 뚝
대구·광주·대전 등 철거 공사 안전점검
점검 이후에도 재개 못하는 사업지 많아
사업 재개 ‘눈치보기’ 장기화 가능성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지금은 무조건 몸을 사리자는 생각뿐이다. 계획된 철거 일정은 우선 미루고 있다.”(대형 건설사 관계자)

광주 재개발지역 건물 붕괴사고 이후 전국 철거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현재 진행 중인 철거 공사는 안전 점검을 이유로 멈춘 상황이고 예정된 신규 철거 공사는 허가 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 특히 안전점검 이후에도 공사 재개가 미뤄지고 있어 전국적인 공사기간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공·민간 철거 공사 ‘일단 멈춤’…허가도 뚝

28일 서울시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광주 붕괴사고 이후 2주간 신규 철거 공사 허가 건은 5건이 채 안된다. 통상 하루 2~3건의 신규 철거 공사 허가가 나는 것과 비교해 대략 20% 수준이다.

철거 공사 허가를 내주는 게 부담스럽다는 게 지자체 전반적 분위기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광주 사고 이후 지자체에서도 철거 계획서를 더 꼼꼼하게 보는 경향도 있지만 웬만하면 큰 규모의 철거는 한동안 허가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철거 공사를 하기에 부담스러운 건 철거업체도 마찬가지다. 대전에서 주로 철거 공사를 진행하는 A철거 업체는 “10년 넘게 철거 공사를 하면서 사고가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현재 철거 공사를 진행하기엔 눈치가 보인다”면서 “괜히 작은 사고라도 발생하면 다른 책임까지 모두 뒤집어 쓸까 두렵다”고 했다.

신규 철거 건 허가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철거 공사도 ‘전면 중단’ 상태다. 국토부는 공공이 추진하는 철거 공사의 진행을 일시 중단했다. 광주 건축물 붕괴사고의 후속조치로, 안전 점검 이후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다양한 사고 예방 대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꼼꼼히 살필 계획”이라며 “해체계획서에 따라 철거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공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토부는 민간공사의 경우 지자체 재량에 맞춰 안전점검과 공사 중단을 시행토록 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부터 359개소의 공사를 일시 중단했고,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략 70%의 안전진단을 완료한 상황”이라고 했다. 안전점검은 철거 계획서와 철거 현장이 일치하는지, 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살펴본다.

4일 오전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동구청과 건설사, 건축사 관계자들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단·재개? 공사 현황 파악도 못한 국토부…“도미노 지연 우려”

문제는 안전점검 이후에도 공사 중단이 길어지면서 사업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안전점검을 거쳤지만 여전히 공사 재개를 못하게 막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광주의 경우 17곳의 철거 작업 안전 점검이 진행됐으나 아직까지 공사는 재개하지 못한 상태다. 광주시 관계자는 “구청에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고가 발생한 직후라 공사를 재개하는 데는 지자체와 철거업체 모두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점검을 통과한 사업장뿐 아니라 추가적인 안전 조치가 필요한 사업장들도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의 경우도 허가된 철거 공사 51개에 대한 안전점검을 진행했고, 이 중 21개 사업지의 공사를 재개했다. 그러나 공사를 재개한 사업지 대부분은 소형 사업지로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대형 철거 작업은 아직 멈춘 상태다. 이곳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B철거업체 관계자는 “감리업체와 철거계획서 등의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도 공사 재개를 못하고 있다”며 “광주사고가 재개발 사업지에서 일어난데다가, 비슷한 유형의 철거방법이라 그런 듯하다”고 했다.

심지어 공공발주 공사의 경우 현재 재개된 사업지 현황 파악도 쉽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발주 철거 공사에 대해서는 현황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각 사업을 발주한 공공기관에서 안전점검과 공사 재개의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에서는 무조건적인 공사 중단으로 도미노처럼 사업 전반이 모두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철거 공사는 모든 공사의 기초단계인데, 철거공사가 막히면서 착공일정은 물론 준공일정까지 미뤄질 수 있어서다. 한 건설관련 협회 관계자는 “광주 사고 이후 당연히 해야 할 안점점검이지만, 눈치보기식으로 공사 재개가 미뤄지는 건 다른 문제”라며 “가뜩이나 건설업 호황이라 공사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사업 추진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당국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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