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것은 돈을 나눠준다는 것이다. 돈을 나눠주는 것이 국민들의 기본생계를 보장하는 것인지는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한다. 생산가능인구인 15세 이상 국민들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107조원이 소요된다. 연 국내총생산(GDP)의 6%에 해당되는 비용이다. 올해 예산은 558조원이다. 여기에 기본소득 재원으로 107조원이 더 지출되는 것이다. 이런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도 국민 개개인에게는 겨우 월 20만원이 지급될 뿐이다. 이 정도 금액은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생되는 부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속해 있는 재단번인 파이터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에 기본소득으로 월 20만원씩 지급하면서 필요한 재원은 자본소득세를 부과하여 조달할 경우 실질GDP는 24.9% 감소하고, 일자리가 9.3%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연세대 김선빈 교수 등이 작성한 ‘기본소득 도입의 경제적 효과 분석’ 논문에서도 실질GDP는 22%감소하고 총노동이 1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연구에서 제시된 수치는 기본소득제 도입 전 대비 도입 후 경제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의 변화율이다.
이유를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토지, 건물 임대소득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그 부담을 전가한다. 즉, 임대료를 올린다. 임대료가 오르면, 임차인은 토지, 건물에 대한 임대 면적을 줄이게 된다. 생산 활동에 필요한 토지, 건물 임대 면적이 축소되면, 관련 인력 또한 줄일 수밖에 없다. 생산요소인 토지, 건물, 인력이 감소하면, 생산량도 줄어든다.
그럼, 국민들의 기본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강구해야할가. 그 답은 ‘기회’를 나누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돈 대신 일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주면, 국민들이 기본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더 커진다. 나라에서 나눠주는 돈은 미미하지만, 일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은 기본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떻게 일할 기회를 만들어 공평하게 나눠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답은 ‘사물인터넷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크게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으로 나눠볼 수 있다. 사물인터넷 애플리케이션 부문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상호 대체적이기 보다는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분야이다. 일할 기회를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중 플랫폼부문의 경우 공공부문이 제공하고, 애플리케이션 사업은 국민에게 개방하는 것이 타당하다. 일반 플랫폼 사업자는 기존에 확보한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애플리케이션 사업까지 장악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요즘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서 흔히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