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19는 문화예술계도 집어삼켰다. 공연·전시 등이 줄줄이 취소·연기되면서 생존의 보릿고개를 겪던 문화예술계는 공연 영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또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인 고용보험이 첫 발을 내딛는가 하면, 우리나라 작가들이 다수의 해외 문학상을 수상하며 K-문학의 위상을 드높인 해이기도 하다. 경자년(庚子年)이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문화계 10대 뉴스를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백희나 작가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2004년 출간된 ‘구름빵’은 단행본만 40여만부가 팔리고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2차 상품으로 만들어진 히트작이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ALMA)을 수상해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았다. ‘구름빵’은 4400억원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작자인 백희나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계약금과 추가 지급분 등 1850만원만 받아 논란이 일었다. 저작권 전체를 출판사 측에 일괄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買切)계약을 맺은 게 화근이었다.
지난 2017년 백 작가는 “출판사 등은 2억원을 지급하고, 구름빵 책과 캐릭터 등을 판매하지 말라”며 소송을 냈지만, 1, 2심 모두 패소했다. 이후 양측 주장이 엇갈려 ‘진실 게임’ 양상을 띠고, 피해자인 백 작가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면서 최종심 향배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반전없이 백 작가의 완패로 끝났다. 지난 6월 25일 대법원은 백 작가가 한솔교육과 한솔수북,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이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원고, 피고 양측 주장을 들을 필요도 없이 기각하는 제도다. 쉽게 얘기해 사법적으로는 백 작가의 주장이 근거 없다는 얘기다. 법 앞에 완패한 백 작가는 허탈해 했지만, ‘구름빵’ 논란은 출판계에 만연한 불공정 계약 관행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고, 창작자들이 노력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창작자와 출판사가 계약 시 사용할 표준 계약서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