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갈등이 영사관 폐쇄라는 형태로 나타났지만 그 기저에는 미래 기술 패권 경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더 노골화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추가 폐쇄 언제든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 내 중국 공관의 추가 폐쇄에 대해 “언제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에 전격 폐쇄를 요구한 와중에 추가 조치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총영사관 폐쇄는 외교적으로 볼 때 대화의 문을 닫는 ‘극약 처방’이다.
특히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1979년 두 나라간 수교 이후 미국에 처음 설치한 공관이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휴스턴부터 제재를 가한 것은 ‘기술 유출’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휴스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이 있는 주요 첨단연구 지역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직원들이 문서를 불태우는 영상이 나온 걸 의식한듯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며 “그들은 문서를 불태운 것 같다”고 했다. 해당 총영사관에서 불법 행위와 관련한 기록을 보관해 왔다는 뉘앙스다.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휴스턴 총영사관은 중국군의 연구 절도 거점”이라고 맹비난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와 외교관 2명이 조지 부시 인터콘티넨털 국제공항에서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중국인 여행객을 안내하다가 발각된 적도 있다”고 했다.
대중 강경파인 공화당 소속의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은 해당 총영사관을 두고 “스파이 소굴”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폐쇄 조치까지 언급한 것은 대선 승부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각종 여론조사 결과 15%포인트 안팎 뒤지고 있다. 재선 레이스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악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때리고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시선을 나라 밖으로 돌려 코로나19 대응 실패 비난을 잠재우려 한다는 것이다.
|
◇기술 패권 경쟁에 美 대선 변수까지
중국은 곧장 반격에 나섰다. 중국 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기술 유출설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는 황당무계한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대사관은 또 “사실 공관과 외교·영사 인원은 미국 쪽이 훨씬 많다”며 “미국은 제 발등을 찍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미국의 총영사관 폐쇄 요구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우한 이외의 영사관에 칼을 빼 들 가능성이 크다”(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고 했다. 어느 지역이 됐든 영사관 폐쇄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읽힌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총영사관 폐쇄가)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적었다.
두 나라간 갈등은 당분간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선 변수를 고려하면 최소 올해 말까지, 더 근본적인 기술 패권 문제를 고려하면 멀게는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패권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테면 중국이 ‘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 육성하려는 차세대 정보통신(IT), 로봇공학, 신소재, 항공우주 등 첨단기술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 등이 나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