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수익률 -47%' 브라질 펀드 어쩌다가…

김윤지 기자I 2020.04.09 02:10:00

플러스 돌아선 이달에도 -2% 손실 구간
코로나19에 원자재 수요 위축 겹쳐
"가격 매력에도 시기상조…모니터링 강화"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올 초에 지인의 추천으로 브라질 펀드에 100만원을 넣었던 김 모씨. 최근 계좌를 확인해보니 평가액이 5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포 심리에 해외 펀드 다수가 손실로 돌아선 가운데 브라질 펀드가 유독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만 해도 연금개혁안 의회 통과에 따른 기대감으로 30%가 넘는 수익을 내기도 했다. 코로나19에 원자재 수요 위축은 브라질 펀드를 설정액을 거의 반토막 낸 ‘불효자’로 만들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8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9개의 브라질 펀드는 3개월 평균 수익률 -46.83%로 집계됐다. 국가별 펀드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미국 -13.74%, 유럽 -21.01%를 훨씬 뛰어넘는다. 원자재가 풍부한 신흥국이라는 데서 흐름을 같이 해온 러시아 펀드(-29.04%)와도 차이가 크다. 급락하던 글로벌 증시가 4월 들어 그나마 안정을 보이자 일부 국가는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브라질 펀드의 1주일 수익률은 -1.93%로 여전히 손실 구간에 머물고 있다.

설정액 304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브라질 펀드는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다. 모펀드인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증권모투자신탁(주식)’은 방코 도 브라질(은행), 발레(철광석 채굴업체), 페트로브라스(에너지) 등을 주로 담고 있다. 시가총액 1위인 국영 에너지 회사인 페트로브라스는 연초 주당 30.70헤알이었지만 국제 유가 급락에 최근 10헤알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전반적인 지수 부진이 3개월 수익률 -47.34%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지난해 6월 사상 처음으로 10만0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정부가 주도적으로 연금개혁 등을 이끌면서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종가 기준 지난 1월 23일 11만9527.63로 고점을 찍은 후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인 유행), 국제 유가 가격 경쟁,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등을 만나 지수는 6만대까지 떨어졌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도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브라질 정부는 고용 유지 및 방역 활동 지원을 위해 지출을 확대하면서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4190억헤알(약 9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형 국영석유기업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원자재 수요가 위축되고 가격까지 급락해 재정 수입 감소 가능성도 높다.

“코로나19는 감기에 불과”, “격리확대보다 경제가 우선” 등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이 말해주듯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도 불안감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BB-, 무디스는 Ba2로 각각 평가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장 가격적인 매력을 보고 투자하기 보다 당분간 흐름을 주시할 것을 권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진자수나 국제 유가 등이 안정화 될때까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브라질 고용 분야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대중국(28%) 교역 의존도가 높아 펀더멘털 회복 시점은 중국의 제조업 업황 회복 속도에 비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금융 리스크 우려도 제기한다. 달러 강세와 원자재 약세 지속되면 브라질처럼 원자재 수출 및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국가에선 달러채 상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와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면서 “신흥시장국채권지수(EMBI+),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추이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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