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급락장에서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부양 효과가 미미하고 자사주 소각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17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코스닥 상장사 중 이달 들어 자사주 취득 및 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결정(연장 포함)했다는 내용의 공시는 총 11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정공시를 비롯해 기업 중복, 자사주취득결과보고서, 자회사 주요경영사항까지 포함한 수치다. 지난달 69건 보다 68.12%나 증가한 것이다.
항공기 부품 제작업체 하이즈항공(221840)은 지난 16일 최대주주의 자사주 취득에 이어 16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하상헌 하이즈항공 대표이사는 “자사주 매입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하락 및 증시의 불안감 확산에 따른 주가 안정화와 책임경영 실천의 일환”이라며 “전 임직원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회사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즈항공의 지난해 기준 총 자사주 규모는 106만9424주(6.04%)다.
자동차 종합 플랫폼 전문기업 도이치모터스(067990)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0만주 규모의 자사주 직접 취득 및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도이치모터스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의 구조적 성장을 앞둔 우리 기업의 가치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는 이사회의 판단이 있었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주가 안정을 꾀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공작기계, 산업용 로봇 제조 및 정보통신장비 전문기업 스맥(099440)은 최대주주인 이지운·이다원 씨가 장내매수를 통해 각각 1억원 규모의 자사주 6만5400주씩을 매입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세라믹 복합소재 생산업체 알엔투테크놀로지(148250)는 2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삼성증권(016360)과 체결했다.
자사주 취득 규모를 늘리는 곳도 있다. 전원장치 전문업체 다원시스(068240)는 자사주 취득 규모를 기존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증액했다.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사들도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자사주 취득 및 취득 신탁계약을 맺었다는 공시는 총 49건으로 이미 지난달 전체 건수(45건)를 넘어섰다. 코스피 상장사 우진(105840)은 최근 1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하고 KB증권과 신탁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여행업체 경영진도 취득 행렬 잇따라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에서도 자사주 취득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노랑풍선(104620)은 지난달 19일 권오현 이사와 정진원 전무가 각각 6050주와 800주씩 보유 지분이 늘어났다고 공시했다. 모두투어(080160)는 이달 들어 유인태 사장이 1500주, 우준열 상무가 728주씩을 매수했다. 각각 2047만원, 997만원 규모에 해당한다.
레드캡투어(038390)의 경우 인유성 대표이사가 지난달 1250주에 이어 이달에도 290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최근 들어 상장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 및 책임경영은 물론 주가 방어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높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이나 최대주주가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면서 “우선 실질적으로 수급 개선 효과가 생기는 것은 물론, 주주들 입장에선 코로나19 패닉 장세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적 안정감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회사 돈으로 사들이는 형태이지만, 최대주주가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는 것은 개인 돈을 투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더욱 크게 각인된다”며 “그만큼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바닥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사주 매입 종목 주가 뚝…흉내내기 지적도
일각에선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워낙 커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날 장 마감 전 자사주 취득이나 신탁계약 체결 공시를 낸 26개 상장사 중 약 38%에 해당하는 10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닥 기업 21곳으로 한정하면 이중 11곳은 이날 코스닥 지수 상승률(2.03%)에 미치지 못했다. 브리지텍(064480)은 6.95% 떨어졌고, 지엔씨에너지(119850)도 3.96%로 하락마감했다.
이에 자사주 매입이 효과를 보려면 좀 더 과감한 규모로 진행돼야 하고 소각으로도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코스닥 시장 전문가는 “요즘 자사주 매입 규모를 보면 대부분 50억원 미만으로 작아 흉내내기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며 “매입 규모를 키우는 것도 주가 안정의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