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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52)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독일 원자력발전 산업 고용자 수는 원전 가동률이 가장 높았을 때도 5만명이었는데 재생에너지 관련 고용인구는 지난해 벌써 36만~37만명에 달한다”며 “이제는 일자리 때문에라도 더는 원자력발전(이하 원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했다.
독일은 지난 2011년 오는 2022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0으로 만들기로 한 대표적 탈원전 국가다. 이 대신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비중을 지난해 기준 36~40%까지 늘렸다. 올해는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 비중도 0으로 만들겠다는 탈석탄 선언도 했다.
우리나라도 2022년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가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원전업계와 보수 정치권이 이를 비현실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는 탈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이 전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투자액을 보면 세계 시장 흐름을 알 수 있다”며 “지난해 발전시설 신규 투자의 약 70%가 재생가능에너지 부문 투자에 이뤄졌고 원전은 8%, 화석연료 발전은 22%에 그쳤다”고 말했다.
미국도 원전 4기를 짓다가 2기를 포기했고 나머지 2기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전을 시작한 영국도 원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중국은 원전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을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독일 정부 뿐 아니라) 지멘스 같은 독일 기업도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원전시장 축소로 더는 원전사업을 안 한다”며 “원전이 사양산업이라는 명확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변화가 이제 단순히 기후변화 대응이나 원전의 위험성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윤 교수는 “미국 자산운용사 라자드는 미국 발전단가 평가에서 올해 가장 비싼 발전원이 원전이라고 추정했다”며 “일부 국가·지역에선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원가가 기존 화석연료 발전 원가와 같은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시대가 이미 온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발전 단가는 여전히 원자력-유연탄(석탄화력)-천연가스-신·재생에너지 순이다. 그러나 이는 환경·안전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결과란 게 윤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지금은 원전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지만 원전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충분히 반영치 않은 결과”라며 “현 단가에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비용이나 만에 하나 있을 사고 처리비용, 높아지는 사회적 안전성 강화 요구가 제대로 반영 안 돼 미래세대에 비용을 전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산업구조 개편과 먹거리의 문제”라며 “우리는 배터리와 반도체, 해상풍력발전 조성을 위한 조선 기술에서 전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만큼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실패했을 땐 많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