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군인공제회, 교육공제회 등 공제회가 잇달아 자금운용을 위한 출자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국내 유수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출격 준비를 마쳤다. 적게는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어서는 PEF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다시 한 번 ‘쩐의 전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스틱, 1조 클럽 가입… IMM PE, VIG, 유니슨도 출정 준비 마무리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는 최근 조성 중인 스폐셜시츄에이션 펀드 2호(SSF 2호)의 1차 클로징을 마쳤다. 군인공제회 출자 약정금액 1500억원 포함해 1조1000원 규모다. 스틱은 현재 진행 중인 노란우산공제회 출자 사업을 비롯해 하반기 출자 사업에 지원해 총 1조2000억원 규모로 SSF 2호를 최종 결성한다는 방침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또한 이번 교육공제회 출자를 계기로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IMM PE는 총 1조8000억원 규모를 목표로 로즈골드 4호의 펀딩을 진행 중이지만 해외 유한책임사원(LP)들이 출자 계획 중인 자금까지 더해지면 총 2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펀드 조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1세대 PEF운용사인 VIG파트너스(이하 VIG)역시 지난 5월 6200억원 규모로 4호펀드를 1차 클로징한 바 있다. 이번 출자사업으로 약 1000억원을 출자 약정받은 VIG는 오는 3분기 말까지 총 8500원 규모로 펀드를 최종 클로징하고 투자에 나선단 방침이다.
공차, 토즈 등에 투자한 바 있는 중견 PEF운용사 유니슨캐피탈 역시 3분기 안으로 총 5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최종 결성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3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1차 클로징한 바 있는 유니슨캐피탈은 이후 우정사업본부, 행정공제회 등으로부터 총 1900억원의 자금을 출자받아 목표 조성 금액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직원공제회는 앞서 지난 1일 2019년 국내 블라인드펀드(PEF·VC) 위탁운용사 16곳을 최종 선정·발표했다. 이 중 PEF부문의 경우, A타입은 VIG, 스틱, IMM PE, 유니슨캐피탈,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5개사가 선정됐다.
◇시장, 풀리는 뭉칫돈에 기대 반 걱정 반
시장에서는 특히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할 IMM PE와 스틱의 등장에 관심이 쏠린다. IMM PE는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로즈골드 3호 펀드를 결성해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월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린데코리아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된만큼 앞으로 조 단위 ‘빅 딜’의 플레이어로 자주 등장할 예정이다.
스틱의 경우 1조원이 넘는 펀드 결성은 이번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모은다. 특히 지난 2016년 결성돼 지배구조 개선 이슈를 두고 계열사 처분을 앞둔 기업들의 구원 투수로 역할을 했던 SSF 1호(6032억원)의 2배 규모라는 점에서 운신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스틱 관계자는 “최근 SSF 펀드 투자와 관련해 다방면에서 문의가 오가고 있다”면서 “하반기 목표한 1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충분히 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VIG 또한 이번에 클로징할 펀드가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시장에서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VIG 관계자는 “펀드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면 라지캡으로 분류되 대기업 위주의 투자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며 “자사가 추구하는 중견기업 가치제고를 위해 1조원 미만으로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주요 PEF들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함에 따라 시장에 활력이 돌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 PEF 심사역은 “이번 교직원공제회가 진행한 블라인드 펀드 위탁운용사 A 타입에 선정된 곳 가운데 4곳은 자신만의 투자 방침이 뚜렷한 곳이다”면서 “1조원이 넘는 빅 딜부터 기업 계열 정리, 중견기업 밸류 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금이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과거 일종의 허들로 여겨졌던 1조원 규모의 펀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업 인수를 위한 과열경쟁이 심해질 것이란 의견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1조원이 넘는 펀드를 가진 운용사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정도로 일부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조원을 넘기거나 근접한 규모의 PEF 운용사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며 “국내 자본들이 큰 손으로 떠오르는 것이 반가운 일이지만 우량한 매물은 한정돼 있는데 시장에 자금이 많아지면 과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