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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이야기]①'1천만장당 1장'…한국에 위조지폐가 없는 두가지 이유

김정현 기자I 2019.02.03 08:36:28

우리나라 위폐 100만장당 0.12장…영국은 129장 달해
환전해야 해외서 사용 가능해 국제 위폐 조직서 외면
정교한 위폐 없어 금새 들통..큰손 위폐범 잇따라 덜미

영화‘ 살인의 추억’ 중 한 장면. 형사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가 연기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영화소개 갈무리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대한민국 땅덩어리는 조막만하거든. 발로 몇 발자국 뛰다 보면 다 잡히게 돼 있어!”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씨는 이런 대사를 합니다. 송씨는 영화에서 연쇄살인범을 좇는 형사 역을 맡았죠.

영화에서는 비록 송씨가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만 이 대사를 인용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위조지폐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서죠.

우리나라는 위조지폐 청정국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견된 위조지폐는 전년 대비 63.5% 감소한 총 605장이었습니다. 1998년(365장) 이후 20년 만에 가장 적었습니다. 100만장당 0.12장(2018년)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일본(0.06장·2017년)과 함께 주요국 중 위폐가 가장 적은 나라로 꼽힙니다.

다른나라들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극명합니다. 캐나다(2017년)와 호주(2017년)가 각각 11장, 19.7장을 기록했고요, 유로존(2017년)은 34.0장으로 집계됐습니다. 멕시코(2018년)은 66.8장이었고, 영국(2017년)은 129.1장이었습니다. 영국은 100만장 당 위폐수가 우리나라의 1000배나 됩니다.

일단 우리나라 화폐는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현지 통화로 환전을 해야 사용 가능합니다. 해외에서 사용이 쉽지 않으니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 같은 국제적인 위폐조직이 없습니다.

국제통화인 미국 달러화는 영화소재로도 자주 쓰이듯이 위폐범들이 노리는 제1 타깃입니다. 100달러짜리 3분의 2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유통될 정도로 세계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위조되고 있는 지폐가 달러화라는 게 정설입니다. 미국은 1865년 일찌감치 위폐에 대응하기 위한 비밀수사국을 설립했고요, 지금도 미국 재무부 등이 위폐 차단에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못 잡는다고 위폐조직을 적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국제적인 위폐조직이 보유한 위조 기술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지난 1989년 필리핀 마닐라의 한 은행에서 처음 발견된 100달러짜리 위폐는 위폐감별사들조차 깜박 속을 정도로 정교해 화제가 됐습니다. 위폐 감별기로도 구분이 어려운 초정밀 백달러짜리 위폐를 ‘슈퍼노트’라고 부릅니다.

국내에선 이런 뛰어난(?) 위폐 기술을 갖춘 조직 없이 개인이나 몇몇이 수작업 비슷하게 위폐를 만들다보니 육안으로도 쉽게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허술해 위폐범들은 금새 덜미가 잡힙니다.

작년에 발견된 위폐수가 급감한 것도 다량의 위폐를 제조하던 범인이 검거된 영향입니다. 수만장이 넘는 5000원짜리 구권을 위조해 유통한 손 큰 위폐범은 2013년 6월 검거됐습니다. 이 위폐범이 만든 가짜 5000원권은 지금도 시장에서 유통됩니다. 2004~2018년까지 15년간 신고된 위폐만 5만4000장에 달합니다.

수천장이 넘는 가짜 새 만원권을 위조해 뿌린 위폐범도 2017년 9월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 위폐범이 위조한 가짜 만원권은 2016년 처음 발견돼 작년말까지 1301장이 신고됐습니다.

‘액면가가 낮아 제작비용 대비 가성비가 떨어진다’. ‘위조방지기술이 우수해 위폐 만들기가 어렵다’. 이런 주장도 있는데요. 사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유로화 중에서 50유로(약 6만4000원)짜리가 가장 많이 위조됩니다만 우리나라 5만원권은 가짜돈이 거의 적발되지 않습니다. 또 우리나라 신권의 경우 유통된지 10년이 넘어 적용된 위조방지기술도 옛날 기술입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권보다는 위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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