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청와대 위세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들끓는 모양이다. 30대에 불과한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 최고 책임자인 김용우 참모총장을 국방부 인근 카페로 불러냈다니, 논란이 이어질 만도 하다. 김 육참총장이 청와대 인사수석실 정 모 행정관의 요청으로 외부에서 만난 것이 군 장성급 인사를 앞두고 있던 2017년 9월의 일이라고 한다. 회동 배경과 장소의 부적절성도 문제지만 육군 수장을 임의로 호출한 5급 청와대 행정관의 권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행정관이라고 해서 참모총장을 못 만날 이유는 없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만한 발상인 데다 민간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을 ‘6급 따위’라며 격이 맞지 않다고 비하했던 것과는 딴판의 돌변이다.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군 인사시스템을 논의했다고 하면서 왜 실무자가 아닌 총장과, 그것도 집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만났는지 명쾌하지 않다. 그 행정관과 동행했다는 안보실 대령의 장군 진급과 분실 문서의 실체 등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이제라도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사건의 진상을 전면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
군의 위상을 떨어트린 김 총장의 경솔한 처신도 간과할 수 없다. 육참총장은 인사 등 군정권(軍政權)을 갖고 50만 병력을 지휘하는 육군의 수장이다. 그런 위치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부른다고 쪼르르 달려나간 것은 사기와 명예를 먹고 사는 군의 자존심을 스스로 짓밟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적폐청산’의 서슬에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판단이 너무 가벼웠다. 이러고도 어떻게 부하들 앞에 얼굴을 들 것이며, 또 영이 제대로 서겠는가.
김 총장은 지난해 9월 군 인사 때 유임됐다. 육군 개혁을 꼼꼼하게 챙겨 국방개혁을 선도해 나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미뤄 그가 과연 국방개혁의 적임자인지 의문이다. 권력의 위세에 눌려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이 개혁은 아닐 것이다. 김 총장은 육군 최고 지휘관으로서의 권위와 명예가 실추된 상황이다. 수모적인 비아냥도 쏟아지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진정으로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