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ALMA 망원경으로 은하 W2246-0526이 주위 세 개 은하와 조석 상호 작용하는 모습 포착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우주에서 가장 밝은 은하가 주위의 세 개 은하와 합병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칠레의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간섭계(ALMA) 망원경으로 지구에서 124억 광년 떨어진 은하 ‘W2246-0526’을 관측한 결과 그 주위 은하들로부터 빨려 나온 물질이 은하 ‘W2246-0526’을 향해 뻗은 조석 꼬리가 발견됐다. 이를 밝힌 논문이 11월 15일(현지 시각)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제1저자는 칠레 산티아고 디에고 포르탈레스 대학(UDP)의 디아즈 산토스(T. Diaz-Santos) 박사이며 국내에서는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전현성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논문명은 ‘적색이동 4.6에서 다중 합병 중인 극도로 밝고 붉은 퀘이사(The Multiple Merger Assembly of a Hyper-luminous Obscured Quasar at redshift 4.6)’이다.
| 주위의 은하들(C1, C2, C3)에서 빨려 나온 물질(Tidal Tail·조석 꼬리)이 중심 은하인 ‘W2246-0526’을 향해 뻗어 있는 흐름. 알마 망원경으로 1.19mm에서 관측했다. 그래픽=고등과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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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미항공우주국(NASA)의 광역 적외선 탐사위성인 와이즈(WISE) 망원경으로 가장 밝은 은하 ‘W2246-0526’이 발견됐다. 이 은하는 지구에서 124억 광년 떨어진 우주 초창기 은하로 광도가 태양의 350조 배에 달한다. 이 은하의 엄청난 밝기는 은하 내 별들의 핵융합 반응 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고 은하 내 거대 블랙홀이 급격히 활동하는 퀘이사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관측에서 알마(ALMA)의 놀라운 해상도와 감도를 통해 은하 ‘W2246-0526’과 세 은하 사이의 희미한 먼지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었는데 흘러나온 물질의 양이 이웃 은하들 전체만큼이나 무겁다는 전언이다. 연구진들은 이처럼 막대한 양의 물질이 은하 ‘W2246-0526’로 흘러 들어가 새로운 별의 탄생으로 이어지거나 중심의 거대 블랙홀을 자라게 하는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아즈 산토스 박사는 “기존 자료를 통해 세 개의 은하가 이웃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웃 은하들과 중심 은하 사이의 상호 작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었다”며 “주변 은하들 사이 물질의 연결 고리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번 알마 관측을 통해 명확하게 밝혀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대통령 포스닥 펠로우로 고등과학원에서 활동성 은하핵을 연구 중인 전현성 연구원은 “은하 중심부 매우 작은 공간을 차지하는 블랙홀의 활동이 그보다 훨씬 큰 은하들의 상호 작용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점과 이를 관측하기 까다로운 초기 우주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