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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가지 요소가 만났다. 결과는 광고인들의 최고 영예라 할 수 있는 ‘칸 라이온스’ 수상이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한남동 제일기획 본사에서 제일기획(030000) 디지털 스튜디오 3팀 △허현주(37) ACD(Associated Creative Director·광고제작팀의 중간관리자) △김정섭(33) 아트디렉터 △이수정(27) 아트디렉터를 만났다.
이들은 미세먼지 관련 캠페인 ‘피카부(Peekaboo·까꿍) 마스크’로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광고제 칸 라이온스에서 옥외광고(Outdoor)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피카부 마스크는 제일기획과 서울시가 상대적으로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캠페인이다.
제일기획과 서울시는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 마스크 자판기를 설치했다. 이 자판기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자판기 앞을 지나가는 아이들을 인식해 자동으로 마스크를 제공한다.
마스크는 변온잉크(온도가 변하면 색이 달라지는 잉크)를 사용해 특수제작했다. 아이들이 착용하면 입김에 따라 미세먼지 캐릭터가 귀여운 동물 입 모양으로 변한다. 마스크를 쓰기 답답해하는 아이들이 신기해서 한번, 귀여워서 또 한 번 스스로 마스크를 쓰게 만든다.
이 일련의 과정을 담은 영상은 서울시내 각종 옥외매체와 온라인에서 자체 추정 700만 번 이상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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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기획자들 중 가장 막내였던 이수정 프로(제일기획 직원들을 부르는 호칭)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이 프로는 업계에 발을 들인지 만 1년이 채 안 됐지만, 칸에 출품하기 위한 아이템을 찾던 중이었다.
이 프로는 “평소 생활 속에서 내가 불편하거나 와 닿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라며 “지난 겨울과 봄에 미세먼지 때문에 계속 우울해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이를 재밌는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기획 등 난관에 봉착한 이 프로가 도움을 청한 사람이 허현주 프로였다.
5살배기 남자아이의 엄마인 허 프로는 “아이가 있다 보니 이 프로가 제안한 미세먼지 문제가 크게 다가왔다”며 “이 프로가 소개해 준 변온잉크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고 설명했다.
기획을 끝낸 피카부 마스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는 김정섭 프로였다. 김정섭 프로는 마스크에 들어갈 캐릭터부터 마스크 자판기 등 디자이너가 필요한 모든 곳에 손을 거들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이 말처럼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변온잉크 마스크나 마스크 자판기 모두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광고에 활용해야하는 만큼 시행착오가 잇따랐다.
이수정 프로는 “마스크에 변온잉크로 캐릭터를 인쇄하는 문제로 인쇄업체 관계자와 절친이 될 정도로 소통을 많이 했다”며 “광고쟁이가 제조업 영역을 건드리다 보니 숱한 수정을 거쳐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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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단 역시 심각한 국제 환경 문제로 꼽히는 미세먼지에 대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참신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제일기획 수상작 중 삼성이 광고주가 아닌 광고는 피카부 마스크와 인도법인의 공익광고 ‘굿 바이브’ 뿐이었다.
김 프로는 “개인적으로 광고 일을 하면서 수상 욕심은 없었는데, 이번 칸 수상은 달랐다”며 “주변에서 많은 축하를 받다보니 욕심이 생겼고 광고제 수상의 가치를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허 프로는 ‘밀당(밀어주고 당겨주는)’ 동료들이 있어 이번 수상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셋이서 일하다 보면 누군가 한명은 지치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나머지 두 명이 밀어주고 당겨줬다”며 “그리고 우리 외에 다른 팀원들도 힘을 합쳐줬기 때문에 외부인력의 도움 없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이번 수상을 발판 삼아 앞으로도 새로운 작업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허 프로는 “서울시와 이번 작업을 하면서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아서 함께 한 번 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굳이 미세먼지가 아니더라도 공공기관과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획을 구상 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