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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북핵 비핵화 속도, 북미수교 평화협정 체결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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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기자I 2018.04.23 06:00:00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대담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설정에 무게
'평화체제' 담보는 미국 주도 국제적 합의 필요해
"공동 선언에 비핵화 알맹이 없다고 비난해선 안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20일 평화협력원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대담=이데일리 선상원 정경부장, 정리=김영환 기자]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다. 남북 정상이 3번째 만남을 갖고 뒤이어 북미 정상이 회동한다. 그러나 한반도의 봄은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불어오는 쾌청한 날씨일지 미세먼지와 황사로 뒤덮인 우중충한 날씨일지 알기 어렵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후 우리측 정상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상 최초다. 그야말로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제 29~30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현 전 장관은 최근의 남북 관계 흐름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핵무력이 고도화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양측 모두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려 한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평가다.

북한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장 폐기와 ICBM발사 중지, 핵실험 전면 중지 등의 조치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존경하는 마음(a lot of respect)”을 갖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 남북의 종전 논의에 대해 “축복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평화협력원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북한이 미국측에게) ‘(김정은이) 우리의 최고 존엄인데 당신(미국)들 큰 나라지만 어린애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며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전 트위터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앞서 오는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견해도 전했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 이후 뒤따를 이행 조건이 우리 정부의 권한 밖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를테면 국제적 평화 체제의 보장이나 북미 수교 같은 논의는 우리 정부가 확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정 전 장관은 “(남북간) 공동 선언이 나와도 알맹이 없다고 비난한다면 그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내지는 핵문제 본질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증거”라고 했다.

다음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의 일문일답.


-3번째 정상회담 열리는데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성과물이 나올까.

△어떤 회담이건 간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면 공동선언 내야 한다. (이전에는) 6·15, 10·4 등 이름이 붙였지만 4·27이 될지 판문점이 될지 모르겠지만 ‘판문점 공동선언’은 의미가 있다. 정상회담을 자주할 것처럼 이야기 하니까 ‘2018 공동선언’은 어려울 것 같고. 의제를 비핵화,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이 3가지로 우리는 설정했고 북쪽에서는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 권력자 김정은 위원장이 현장에서 결정할 일이다라고 해서 합의를 해야 한다는 거 아닌가. 그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앞선) 두번의 정상회담에서 처음부터 의제를 설정하고 (회담을) 하지 않았다. 정상간의 만남이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 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대한 책임이 있으니까 의제 없이 출발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비핵화,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인데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합의문 만들기가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비백화와 평화정착 부분은 어떤가.

△평화 체제 구축과 평화 정착은 차원이 다르다. 평화 체제는 국제적인 보장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그건 비핵화와 붙어 있다. 비핵화와 연결돼서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평화 체제까지는 (남북 회담에서) 이야기 어렵다. 그래서 평화 정착이라고(표현하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선언문을 쓸 때 내용이 구체적이진 않을 것이다. 비핵화 댓가로 평화 체제를 보장해줘야 하는데 북한이 말하는 평화 체제면 북·미수교다. 국제적 관계를 조정하는 게 평화 체제여서 그럴 경우에는 남북미중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러시아와 일본 같이 가까운 나라들, 여기에 EU(유럽연합)이랄지 UN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지원한다는 결의 같은 게 돼야 평화 체제가 된다.

평화 체제 알맹이인 북·미수교는 미국이 결정할 문제다. 북한은 비핵화를 북·미수교와 평화 협정으로 맞바꾸려고 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말할 수 있지만 이행하려면 보상 차원에서 북·미수교와 평화 체제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 권한 밖이다. 공동 선언이 나와도 비핵화에 대한 알맹이가 없다고 야당이 비난한다면 그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내지는 핵문제 본질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증거다.

-공감대 형성은 되지 않을까.

△내막적으로는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확실한 보장을 받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실히 입력시켜야 한다. 지금도 김 위원장을 만나서 의지를 보고 전달하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는 아주 ‘존경하는 마음’으로 협상장 간다지 않나. ‘로켓맨’ 이렇게 우습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는 최고 존엄인데 당신들 큰 나라지만 애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을 거 아닌가. 그러니 트럼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트럼프 트윗에 안 나오던 단어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를 통해서 김정은 의지가 트럼프에게 전달됐을 거고 세계적인 사건(성공)이 될 것이라느니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느니 이런 이야기를 한다.

비핵화를 몇 년 이내에 끝내고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로서 미국도 수교 문제 협상을 하고 관련국과 협조해서 한국전쟁의 공식적 종전을 추진하고 그 연장 선상에서 평화 협정 이야기가 나오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어지는 남북미 회담에서 다시 한번 재확인해야 한다. 이후 중국이 나와야 될 것이다. 중국을 빼면 안된다. 평화협정의 이행, 구속력 키우기 위해서도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중국을 끼워넣어야 한다.

-남북,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타결을 보면 그 다음은 이행이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이뤄진다. 첫단계 조치가 뭐가 될까.

△비핵화는 3단계로 생각할 수 있다. 핵물질을 신고하고 사찰단을 구성하고 그 다음 폐기다. 핵물질 신고 및 검증은 물론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및 국제원자력기구 (IAEA) 평양 주재가 복구돼야 한다. NPT 복귀와 IAEA 사찰단 평양 주재는 그전에 있었는데 미국이 (북한을) 압박해서 (북한이) 핵 활동을 재개한다고 나가버렸다. 핵물질을 신고하고 검증을 하면 폐기를 해야 하는데 폐기가 별 거 아니다. 가지고 나오는 거다. 주로 미국이 가지고 있다.

핵시설도 파괴해야 한다. 2008년에 냉각탑을 파괴한 적 있는데 냉각탑은 극히 일부다. 이번에는 흑연 감속로, 원심분리기, 재처리 시설, 수조 등 모조리 파괴해야 한다. 마지막이 핵무기이다. 핵물질, 핵시설, 핵무기인데 이걸 단계적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압축해서 동시에 2단계 나눠서 할 것이냐는 미국이 수교나 평화 협정을 얼마나 빨리 보장할 것이냐에 따라서 결정할 것이다.

-한반도 질서 흔들리는데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도 동참할까

△결국은 미국이 문제다. 그간 핵문제가 해결 안 된 건 북한의 핵 능력을 그렇게 두려워 하지 않아서였다. 그거 가지고 수교니 평화 협정을 받아내려는 거 꿈도 꾸지말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이 핵카드로 미국과 멱살잡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본다. 체제 보장을 안 해주니까.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라고 봤다. 중국은 미국이 수교나 평화 협정을 확실하게 해주면 북한이 핵을 가질 이유 없는데 미국이 그걸 안 하고 왜 중국더러 압박을 하라고 하느냐 입장이다.

이번엔 북한 핵 능력이 괄목상대 할만큼 커졌다. 워싱턴 등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폼만 잡아도 미국으로서는 위신이 추락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 능력을 인정하고 그들 이야기를 들어줄 것처럼 나오기 때문에 북한도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이 상황에서 쌍궤병행이라는 말도 만든 중국이 거부할 수 없다. 중국이 끼면 러시아도 일본 손잡고 ‘파토’ 내자고 못한다. 러시아, 일본도 몸이 달아서 여기 끼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 정책이 확실히 변해다고 볼 수 있을까.

△오바마와 트럼프의 차이는 두 사람의 대북관 차이가 아니다. 오바마 때 북핵은 무시해도 됐다. 그러니까 전략적 인내 말할 수 있었다. 트럼프 시대 와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끈한 사람이 아니라 이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다. 오바마와 트럼프 차이는 기질의 차이도 있지만 오바마 때는 별 거 아니었던 북핵 능력이 6자 회담도 하지 않으면서 확 커졌다. 일종의 외교적 적폐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세계적 골치인 동아시아 문제, 북핵을 해결하면 부동산 사업으로 성공한 정치인이 아니라 가장 골치 아픈 국제정치 문제를 해결한 탁월한 전략가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의도를 믿을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정성, 신뢰, 이런 이야기는 북한과 관계 개선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다. 영화 ‘강철비’에서 ‘인민은 분단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 받는다’는 대사가 있다. 기득권자들이 그런 식으로 (프레임을) 틀어 버린다. 외교적 협상을 앞두고 상대방 신뢰해서 하는 협상이 어디 있나. 점검해가면서 한 걸음 한걸음 다가가고, 점검해가면서 협의하고 타협해서 타결짓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계속 체크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한미 간 신뢰가 있는데도 FTA로 얼마나 힘들었나. 그러니까 상대방을 못 믿어서, 협상 해봐야 이행 안한다고 하면서 협상 무용론으로 가면 결국 다시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전쟁 위기에 빠지고 (한반도가)무기 시장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이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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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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