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은 서울에 살고 있지 않은 외지인이, 제주 집값은 외국인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큰 손’들이 강남으로 몰려들면서 강남 집값을 끌어올랐다는 것이다. 또 중국 관광객들이 다시 늘면서 제주 내 외국인 부동산 거래도 활기를 띠었다.
◇강남 집값 치솟자 경기·지방 ‘큰손’들 몰려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외지인 주택 매매거래 비중은 21.5%로 집계됐다. 2010년 20.8%를 기록한 이래 7년 만에 외지인 주택 매매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의 외지인 매매 비율은 19.3%, 강북 전체는 18.2%였다.
‘외지인’이란 주택 취득자의 주소지가 서울을 제외한 전국 전역인 경우를 가리킨다. 감정원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매수세가 강남으로 많이 유입됐는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전통적으로 강남 부동산을 많이 매입하는 경기권 거주자 외에도 지방 거주자도 예년보다 강남 아파트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과 경북 등 소득 수준이 높으면서도 작년 집값이 많이 떨어진 지역에서 강남 아파트 매입에 나선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정원에 따르면 박씨가 거주하는 울산의 경우 지난 한해 아파트 매맷값이 2.3% 하락했다. 지난해 이 지역 아파트값은 상반기(0.7%)보다 하반기(1.6%)의 하락률이 더 컸다.
강남3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외지인 주택 매매 비중 18%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전년 대비 무려 3%포인트 가까이 비율이 뛴 것이다.
월별로 살펴 보면, 작년 1월 20.8%를 시작으로 9월까지 비율이 서서히 증가했다. 10월에는 22.0%을 찍더니 10월에는 24.1%로 연중 월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 집값이 더욱 오르는 가운데 경기권과 지방의 매수세가 강남으로 많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 상가 외국인 거래비중 9.6%로 뛰어
제주는 전통적으로 전국에서 외국인 부동산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제주의 외국인 보유 토지는 2114만㎡이며, 이 중 중국인 보유 토지가 940만㎡으로 전체 절반에 이른다. 그러나 작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그 여파로 외국인 상가 거래도 줄어들었다. 작년 4분기부터 한중 관계가 해결 국면에 들어가자 거래가 다시 반등하고 있는 양상이다. 제주 서귀포시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중국의 금한령 해제에 따라 중국인 상가 매입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제주지역의 경우 외교적인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상가 외에 외국인의 토지 거래도 증가 추세인 점을 볼 때 중국 쪽 돈이 더욱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