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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만이라 불러주오”…에쓰오일 CEO 남다른 공감경영

김미경 기자I 2018.01.15 06:00:00

“한국과 사우디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
새해되면 한복 차려입고 떡국 먹고
현지 문화 존중 넘어 정서적 교감
두 차례 자사주 매입, 책임 경영도

‘오수만’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는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는 대외 행사 때 양복 정장보다 한복을 즐겨 입는다. 2017년 시무식 때 차려입은 연보라빛 한복(왼쪽)과 2018년 1월 8일 두루마리를 걸치고 단상에 오른 시무식 때 모습(사진=에쓰오일).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오수만이라고 불러주세요.” 명함에 한글로 이름을 새기고 자신을 ‘오수만’(吳需挽)이라고 소개한다. 새해가 되면 한복을 차려입고 떡국을 먹는다. 신년 산행을 감행하는가 하면 직원들 사이에서는 ‘친화력 갑’(甲) 대표 CEO로 유명하다. 이쯤되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스러운 CEO라 할만하다.

에쓰오일(S-OIL(010950))의 오스만 알 감디 최고경영자(CEO) 얘기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최근 서울 마포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도 청색빛깔의 두루마기를 입고 단상에 올라 남다른 공감경영을 펼쳤다.

알 감디 사장은 2016년 9월 에쓰오일 CEO에 취임했다. 직전에는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한국법인인 아람코아시아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냈다. 아람코의 한국 관련 비즈니스를 총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2015년 9월부터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진=토독공방
에쓰오일 관계자는 “외국인 수장으로서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을 넘어 정서적 교감과 소통을 중시한다”며 “취임 1년도 안돼 한국의 독특한 경영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통해 경영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한국 이름부터 지은 것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본명인 ‘오스만’과 발음이 비슷한 ‘오수만’이라고 짓고 명함에도 새겼다. 한자로는 쓰일 수(需), 당길 만(挽)을 썼다. ‘탁월한 지혜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번영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란 뜻이다. 한글이름과 한문이름을 넣은 3.0×3.0cm의 도장도 제작했다. 한글도장에는 에쓰오일 로고를, 한문도장에는 본관을 새겼다. 본관은 에쓰오일 공장이 있는 울산으로 정했다.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리더다. 지난해 본사 체육대회 때는 직원을 목말 태우고 기마전에 나서기도 했다. 덕분에 직원들로부터 “친화력이 좋다”는 말을 듣는다. 역대 CEO 중 최초로 재임 중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1억6000여만원어치를 매수, 책임 경영의 자세도 보여줬다. 에쓰오일 측은 “회사 내 중요한 사안은 영어로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간단한 의사소통은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경영 행보도 눈부시다. 오는 2025년까지 영업이익 3조원, 시가총액(발행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것)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비전 2025’를 선포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공장이 4월 완공되어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은 원유에서 가스·경질유 등을 추출한 뒤 남는 값싼 잔사유를 처리해 프로필렌·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증권업계는 부가가치가 높은 이들 석유화학 공장에서만 연간 6000억~8000억원의 추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CEO들은 누구보다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외국기업이라는 이질감을 줄여나가는 소통과 현지화의 전략이 성공 비결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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