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익악기는 올해를 목표로 디지털 피아노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익악기는 디지털 피아노의 경우 그간 해외 브랜드 수입 판매에만 의존해왔는데 앞으로는 자체 개발을 통해 디지털 악기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디지털 피아노와 관련해 자체 개발로 방향을 잡고 생산 방식을 두고 여러 방안으로 검토 중”이라며 “올해 새롭게 디지털 피아노 분야를 키우고 해외 수입품 유통도 한층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삼익악기는 어쿠스틱 피아노를 중점적으로 내세우며 국내외 사업을 진행해왔다. 자체 인수한 독일 브랜드 ‘자일러’를 통해 중국에서는 어쿠스틱 피아노 영업을 수월히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판매가 쉽지 않았다. 이미 국내 어쿠스틱 피아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서다. 국내 어쿠스틱 피아노 시장은 2013년 5000대에서 지난해 3200대까지 쪼그라든 반면 디지털 악기 시장은 같은 기간 5만5000대에서 6만2000대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삼익악기는 향후 먹거리 창출을 위해 디지털 악기 분야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삼익악기의 디지털 악기 분야를 책임지는 디지털오디오(D/A) 사업부 매출이 2014년 출범 이후 매년 30%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삼익악기는 지난해 진출한 면세사업에서 손해를 보면서 영업이익(113억원)이 전년 대비 23.8% 감소한 만큼 올해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삼익악기가 최근 성장세 높은 디지털 악기 분야를 키우고자 자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삼익악기는 올 2분기 안에 프리미엄급 디지털 피아노 신모델을 출시하고 기존에 수입해 오던 해외 제품의 품목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현재 프랑스 아투리아(Arturia)의 디지털스테이지 피아노 등을 국내에 독점공급하고 있다.
◇영창, 디지털 악기 비중 63%… 中생산라인 구축 계획도
삼익악기의 경쟁사인 영창뮤직은 일찍이 디지털 악기로 방향을 틀었다.
영창뮤직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국내 내수 매출은 약 24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디지털 악기 사업 부문 비중은 63%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59%에 비해 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영창뮤직의 지난해 어쿠스틱 피아노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은 18%로 전년(22%) 대비 큰폭으로 감소하며 처음으로 10%대까지 내려앉았다.
영창뮤직 관계자는 “국내에서 삼익악기와 경쟁사로 많이 거론되는데 실제 우리는 디지털 악기업체로 재편된만큼 어쿠스틱 피아노 비중이 높은 삼익악기와 경쟁사로 불리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올해도 디지털 악기 개발 생산과 관련 소프트웨어(SW), 교육 콘텐츠 등 디지털 악기 사업으로 전체를 재편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디지털 악기로 회사를 재편하려는 영창뮤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중국사업이다. 1990년대만 해도 연간 5만대의 어쿠스틱 피아노를 생산하던 중국법인은 2000년대 이후 현지 수요가 줄면서 현재 생산량이 1만여대에 불과하다. 중국법인은 지난해 기준 연간 100억여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영창뮤직은 올해 중국공장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현지에 디지털 악기 생산라인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어쿠스틱 피아노 생산을 연간 1만대 수준으로 유지하고 나머지를 디지털 악기로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영창뮤직은 지난해부터 중국시장에 국내에서 만든 디지털 악기 제품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악기업체 ‘빅2’ 모두가 시장 포화상태인 전통 피아노에서 벗어나 디지털 악기 및 음원, 오디오 시장으로 제품군 비중을 옮겨가고 있다”며 “특히 삼익악기는 약 1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악기업체 카와이의 디지털 음원 등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어 디지털 피아노를 어떤 방식으로 키울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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